뉴욕 한 달 살기 9
현지에 가족이 사는 것은 여행 중 큰 도움이 된다. 교통편이나 목적지의 위치뿐만 아니라 문화와 관습의 차이까지 여러 가지를 알려주니까.
“오늘은 찜질방에 가려는데, 뉴저지의 소조 스파 어때?”
“거기는 수영복 입고 가는 여기 젊은애들 취향 찜질방이고, 킹사우나가 한국 스타일이라 나을 거야.”
곁에서 스티브가 포옥 한숨 쉬면서 말한다.
“아아, 부럽다.”
이 미국인 제부가 또 찜질방을 좋아할 줄이야.
나도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목욕탕은 안 좋아해서 킹 사우나 티켓을 구입했다. 온라인에서 할인해서 49불. 물가가 참 여간이 아니다. 한국에서 벌어서 미국에서 쓰기는 돈이 좀 아깝다.
소조스파는 주중 100불, 주말 115불이니 그래도 반값이다.
킹사우나는 뉴저지에 있어 포트 오소리티 버스터미널(Port Authority Bus Terminal)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너른 터미널에서 표 사는 곳과 게이트를 찾을 일이 큰일이다. 영민이 검색하더니 NJ Transit앱을 깔고 거기서 166번 버스 왕복 티켓을 구입하고, Zone 3인 것을 알아내고, 게이트는 212번이라는 것까지, 완벽하게 다 처리해 준다. 나는 휴대폰에 깔린 표만 보여주면 된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동전이 하나도 없다. 예전 같으면 신용카드 안 되는 곳도 있어 외국 가면 그 나라 동전이 한 무더기였다. 이제 모두 신용카드로 사전 예약하고 입장할 때는 QR코드만 스캔해서 들어간다. 자연사박물관도,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하는 요가도, 찜질방 입장권도 모두 다 QR코드다.
버스를 타고 뉴저지를 왕복하는 길은 편도 40분 정도. 오가면서 한인타운의 모습을 실컷 보았다. 내과 및 병원, 한의원, 부동산, 떡볶이집, 한국식 치킨집 등. 모든 가게들이 한글 간판을 달고 있었다. 어떤 아줌마는 여기 산 지 삼십 년인데, 아직도 영어를 잘 안 쓴다고 했다. 그렇게 살 수도 있는 모양이다. 외국어는 작심하고 배우고 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아무리 오래 살아도 쓰는 말만 쓰게 된다. 어른은 미국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영어가 늘지 않는다.
킹사우나는 내부가 어두워서 그렇지, 소금방은 만족스러웠다. 사실은 한국처럼 바닥에도 소금 잔뜩 놓아두고, 가마니 깔아서 그 위에 눕는 그런 방을 기대했다. 거기는 천장에 소금 주머니 주르륵 달아놓고, 바닥은 깔끔하게 누울 패드 네 개와 베개를 둔 타입이었다. 처음엔 들어가서 한 20분 있어야 땀이 촉촉이 났다. 잠시 쉬다 다음은 15분, 그다음은 한 10분 만에 땀이 흠뻑 났다. 세 번 땀 흘리고 나니 몸이 개운해지며 배가 고파졌다.
미로 같은 계단을 구불구불 올라가서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한국 아줌마들도 있고, 서양인들도 반은 되었다. 사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조용히 천천히 오래간만에 쌀밥을 먹으며 옆자리 아줌마들의 별것 없는 수다를 은근히 즐겼다.
밥 먹고 잠시 쉬다, 씻고 나오려고 목욕탕에 갔다. 나도 나이에 비해 나름 선진적인데, 이게 또 웃기는 짬뽕 같은 일이.
조그만 온탕이 두 개인가 있고, 냉탕이 하나 있었는데 마침 서양인들만 앉아 있었다. 뚱뚱한 미국 아줌마, 흑인 아가씨, 라틴 계열 안경 쓴 여자. 근데, 내가 선뜻 그 온탕 안에 들어가지지가 않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괜찮았는데 왜 인지 서양인과 한 목욕탕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웃기면서도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서 탕에 안 들어가고 그냥 스팀 사우나와 샤워만 하고 나왔다.
이제 나는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기로. 그래도 크게 뭐 어긋나게 살지는 않으니까.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용기까지 내어보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