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심포니 같았던 브라이언트 파크 요가

뉴욕 한 달 살기 13

by 꼬낀느



떠나오기 전,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수요일 오후 무료 요가 클래스가 있는 것을 보고, https://www.eventbrite.com/에서 신청했다. 그 당일에는 못 가고, 재신청해서 이번 주 수요일에 드디어 참가했다. 여름에만 하는 것이라 9월 27일이 올해 마지막 행사였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뉴욕 시내 한복판 고층빌딩 사이에 있는 조그만 공원이다. 잔디밭이 있고, 그 둘레에 의자들이 놓여 있어 걷다가 잠시 앉아 쉬기 좋은 ‘도심 속 오아시스’이다.

요가하는 날 공원에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많았다. 도착해서 QR 체크를 하고, 쑥스러워 중간쯤에 앉아 가능한 한 누구의 주목도 끌고 싶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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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를 펴고 남들처럼 팔다리를 쭉 펴고 누워 보았다. 전날 비가 와서 풀냄새가 짙게 코에 닿았다. 눈에는 하늘보다 고층 건물들이 더 많이 담겼다.

‘뉴욕 한 복판에 이렇게 자리 펴고 눕다니.’

풀냄새와 보이는 풍경에 기분이 썩 좋았다.


5시 반이 되자 내 뒤에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부근에 있는 한국인 할아버지와 딸이 눈길을 끌었다. 남자들도 1/3은 되었다. 여자는 젊은이들이 많고, 남자는 젊은이가 드물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요가라 아주 어렵진 않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서, 차츰 중간 정도 단계로 높이다가, 다시 편하게 내려왔다. 수준은 제각각이었다. 쌀쌀한데 끈나시 요가복만 입고 있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남자들은 그저 흉내만 내는 사람부터 씩씩하게 온갖 동작 다 따라오는 아저씨까지 자신의 신체 리듬에 맞춰 열심히 따라 하고 있었다. 동작은 웃겼지만, 우습지 않았다.


지난 이 주간, 다시 만나서 혼자 걸어야 하는 뉴욕이 좀 무서웠다. 마치 우락부락한 사람들 사이에 놓인 아이 같은 기분이었다. 길에서, 지하철에서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걷곤 했다.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이 있지만, 아주 오래간만에 매일 긴 시간을 혼자 보냈다.


하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공원에서 요가하다 보니 얼었던 마음이 스르륵 녹았다. 비로소 이곳과 이곳 사람들이 일상이 되었다.


모든 걸 내 걸음과 내 힘이 해결해야 했다. 아무리 고단해도 내가 발을 떼서 걸어야 집에 도착해서 쉴 수 있었다. 나를 움직이고 지탱하는 것은 나뿐이다. 서귀포에서 가족들에 둘러 싸여 안락하게 지내면서 내 안의 힘을 잃고 있었던 나는 혼자가 되면서 차츰 비었던 속이 차기 시작한다. 마치 명상하듯 이곳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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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시작 45분이 지나면서 몸이 힘들어졌다. 나는 조용히 매트를 걷어서 뒤로 나왔다. 나머지 15분은 부근 의자에 앉아 다른 이들의 요가를 지켜본다. 많은 사람들이 한 동작을 같이 하는 대중요가는 마치 군무 같기도 하고, 커다란 오케스트라가 심포니를 연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 같이 손뼉을 치고 한 시간 요가가 마쳤다. 적당한 운동 후 가뿐해진 몸으로 나는 천천히 어두워지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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