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그림접시2020
대학교1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이 뜨겁게 익어갈 무렵 동아리 사람들과 걸어서 대관령을
넘어간 적이 있다.
3박4일 일정이라 짐도 무겁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걷다 힘들어 주저앉고 싶었던 때 사방이 푸른 초원이 나타났다. 풀들이 바람의 연주에 몸을 흔드는 광경을 처음 보고 홀딱 반했었다. 대학 4년 동안 기말고사만 끝나면 보이지 않는 끈이 자꾸 날 대관령 삼정평으로 잡아 다녔다.
졸업하고는 나는 좀처럼 다시 가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구 )대관령 휴게소/2020얼마 전 친정식구들이랑 강릉바다를 보고 집으로 가는데, 주말이고 서울방향은 어차피 차가 막히니 좀 더 천천히 집에 가자고 했다. 불현듯 강릉바다에 그리 멀지 않은 대관령(삼정평)이 오랜만에 나를 다시 불렀다.
가족들에게 정말 아름다운 곳을 소개해주겠다며 들렸다 가자고 설득했다. 오랜만에 찾은 대관령에서 삼정 평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걸어서 족히 한 시간은 걸어가야 했다.
해는 지고 있고 온 가족을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여서 아쉬운 맘을 예전 대관령휴게소에서 기념사진이라도 찍자고 했다.
거인의 커다란 선풍기를 강으로 틀어 놓은 바람이 불어 꼭 날아갈 것 같았다.
아버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다란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 봤다면서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너무 신나 하셨다.
아빠가 나에게 ' 아 재밌다! '라고 연거푸 이야기 한걸 처음으로 들었다.
난 제일로 맛난 바람 한 그릇을 대접해 드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