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희. 1950년대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출생의 여성과 한 교실에서 친구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한 여름 우리 집 마당의 풀꽃들을 엄마가 잡초로 보고
다 뽑아 버린 적이 있었다. 나는 아끼는 풀꽃들을 다 뽑아 버렸다고 화를 냈다.
엄마는 나 힘들까 봐 잡초들 다 뽑아줬는데 고마운지도 모르고 화를 내냐며 속상해하셨다.
엄마 말도 맞지만 내 기분도 좋지 않았다. 남편에게 속상했다며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너에는 꽃이지만, 장모님이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 것들은 다 잡초로 보이는 게 맞아'라고 이야기해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뒤늦은 사과를 했다. 엄마에게 내 이야기를 했더니 여전히 이해 안 가지만 너의 취향 존중해준다고 하셨다.
한 동안은 우리 집에 와서도 엄마는 맴돌기만 하고 마당 잡초를 뽑지 않으셨다.
고구마 한 봉지를 사두고 깜박했던걸 발견했다.
이미 싹이 다 나있었고 조금 썩기도 한 것 같아
마당에 거름이나 되라고 구석에 버려두었다.
며칠 전 엄마는 내가 심어두었던 배추 간격이 너무 바짝 붙어 있다며 몇 포기를 옮겨도 되냐 물었다.
엄마 마음대로 해도 된다 했다.
나를 불렀다. 엄마가 " 너 좋아할 것 같아서 빈 화분에 예쁜 고구마 싹 옮겨 심었어 이쁘지?"
내게 싹 난 고구마는 별로였는데 엄마에게는 풀꽃이 별로고, 싹 난 고구마가 기특했나 보다.
엄마가 심어준 고구마 화분을 식탁에 옮겨와 가만히 보니
예쁘다.
일러스트/그림접시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