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응원을…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고 글쓰기를 하려고 보니 멤버십 작가 신청 이라는 초록색의 배너가 새로 생겼다.
브런치 홈피를 열어도 맨 위에는 멤버십 작가에 신청하라는 광고가 상주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무관심하게 지나쳤는데, 응원하기에 대한 무관심과 약간은 부정적인 나의 생각을 변하게 만든 글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관심 있게 보는 작가님의 글이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510
브런치의 '응원하기 문화에 대해' 라는 제목의 글로 자신이 왜 응원하기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주셨다.
첫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로 글 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기 원하셔서였다. '글을 글답게 써서 글로 먹고살 수 있는 프로의 수준까지 올리고 싶어서였다'는 내용과 그래서 더 노력하고 공부하여 이미 많은 분들로부터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받기를 받고 계시며, 무엇보다도 다른 작가님들의 좋은 글에 커피를 대접하듯 응원하기를 스스로 실천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런 작가님의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가 나에게 도전이 되었다. 아마추어 수준이 아닌 프로의 수준으로 자신을 끌어올리고, 완성도 높은 글을 쓰며 독자들에게 응원받기를 얻게 되면 더 책임감 있게 글을 쓰게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도 전문적인 글쟁이가 되고 싶고, 그것으로 수익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많은 시간을 브런치에 머문다.
또, 좋은 글, 영감을 받은 글,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을 쓰신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나도 마음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두 번째 작가님이 응원하기를 지지하는 이유를 살펴본 후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한다.
둘째 이유는 문화적인 이유로, 글을 쓰는 이의 '정성과 정신과 에너지가 담긴 글의 가치가 인정받아야 한다' 는 이유이다. 이웃집에서 상추를 갖다 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맛사탕이라도 전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예를 들어주셨는데, 충분이 동감이 된다.
길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혼신의 힘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나면, 몇몇 청중들이 슬며시 악기케이스나 바구니에 잘 듣고 간다는 감사의 표시를 남기고 간다. 브런치에서도 많은 작가님들이 글쓰기와 씨름하며 산고의 시간을 보낸 후 탄생되는 글이 '가치'있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은 참으로 귀한 것 같다.
가끔씩 글을 쓰고 난 후에 몰려드는 공허감을 나도 느낀다. 내 글이 그냥 누군가에게 스쳐 지나가는 것 같고,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글을 그만 써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내 글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 이를 테면 나에게는 라이크와 댓글이 전부이지만- 인정받는 것 같고, 글쓰기에 대한 책임감까지도 느끼게 되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써야겠다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나도 응원하고 싶고, 응원받고 싶다
마음뿐, 내겐 응원하는 일도, 응원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이유는 내가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나의 필명인 코리디안 은 한국인으로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 어떤 분은 코로 아코디언부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다.)
비록 내가 한국말과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할지라도
오랜 외국생활을 하다니 보니 법적으로는 외국인 국적을 취득할 수 밖에 없었다.
브런치에 문의했더니 응원받기를 하려면, 한국 내에 있는 금융기관에 본인 이름으로 된 통장이 있어야만 금융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외국인이 통장을 개설하려면 번거로운 행정절차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작은 거래하나에도 개인 인증이 필수인 한국의 시스템은 외국인으로서는 쉽지가 않다.
하다 못해 쿠팡가입을 위해서는 외국인용 임시전화번호가 아닌 거주민의 전화번호로 본인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쿠팡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이유로 브런치에서 작가들을 위한 응원받기와 멤버십의 혜택이 나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본다.
브런치에서 초기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새로운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오로지 나 한 사람만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요청드리는 것 자체가 송구스럽고 조심스럽다.
비록 나 한 사람의 필요에서 시작된 요청일 수 있지만,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에게도 조금 더 평등한 기회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고 보이지 않는 문턱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그 문턱을 넘는 일이 창작의 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이 글이 그런 문턱 앞에 선 누군가에게, 작은 문 하나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응원을 받기에 충분한 글을 쓰는 것은 나의 몫이다.
#브런치#글쓰기#응원받기#멤버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