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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y View Today

보통사람들

글쓰기 롤모델 안지원

by 코리디언

황소뼈도 무른다는 삼복의 더위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침대 가장자리로 밀쳐놓았던 담요를 무의식적으로 끌여당겨 몸의 한기를 덥히는 8월 말의 캐나다 늦여름.

잠결에 더듬거리며, 담요를 찾다가 잠이 깼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침대에 누워 습관적으로 브런치 앱을 켜니 새로운 공모전 광고가 배너에 떴다.


작가의 꿈을 찾습니다.



브런치팀에서 10월에 10주년 기념 팝업 행사를 위해 전시할 글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쎄, 내가 꿈꾸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이 나이에도 꿈을 꾸는 것이 맞는가?

꿈이라는 것은 나이 제한이 없을 텐데, 꿈은 어린이들이나 젊은 세대만이 갖는 전유물, 특권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 나는 그냥 그런 마음에 그 광고를 지나 내가 구독하고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의 글방들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도 며칠이 지났지만, 그 배너는 사라지지 않고, 매일매일 나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해 봐! 너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냥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냐? 아님 말고!'

그래서 잠결에 나의 온기를 유지해 줄 담요를 찾듯 젊은 날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더듬어 보었다.


내가 글쓰기애 대한 로망, 글쓰기를 꿈꾸었던 것은 아마도 어린시절에 보았던 드라마 보통사람들이 방영되었던 시기 인것 같다

우리 집 텔레비전이 흑백이었는지 컬러 텔레비전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그때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기억되어 있다.

밤색과 노란색 어느 중간의 색깔에 (아마도 컬러텔레비젼이었나보다) 크고 육중한 한옥문과 마당을 연결하는 위에는 문양이 들어간 불투명유리와 아래쪽은 나무로 된 중문 그리고 그 마당 가운데 평상이 놓여있고 할머니, 엄마, 아들이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었다.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그때 당시의 한 중류가정의 일상을 통해 소시민의 애환과 갈등을 주제로 보통사람들의 가정에서 일어난 일상을 엮은 드라마이다. 지금은 텔레비전 화면에서 찾기 어려운 그 당시 이름을 날린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고, 무엇 보다도 그 시대에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나연숙' 작가님이 쓰신 꽤나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대 식구의 맡며느리이며,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 일을 했던 김민자 배우가 맡았던 안지원이라는 역할은 어린 내 눈에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모든 일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그 큰 대청마루의 커튼이 닫히고, 모두가 잠든 밤, 불을 켠 채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서 결혼 전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간만큼은 맡며느리, 아내, 엄마도 아닌 오롯이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

그 넒은 한옥집에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곳은 법대생 아들의 방과 엄마의 작은 책상이 있는 대청마루뿐이었다. 가끔씩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공부하다 졸음이 쏟아질 때면 이 둘은 밤늦게 마당에 나와서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의 꿈을 응원해 주었다. 마침내 바쁜 집안일중에도 글쓰기를 전염했던 극 중의 안지원은 드라마가 끝날 무렵 작가로 등단을 하게 되고, 아들도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비록 작가가 되고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그것은 너무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해 오랜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과,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잠시 글쓰기에 대한 꿈을 꾸다가 곧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보통사람에 나온 극 중의 안지원의 나이가 될 쯤인 2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미디엄( Medium)'이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작가가 되어 책까지 출판한 아들이 미디엄에 글쓰기를 하는 건 어떻냐는 권유가 있어 글을 쓸 곳을 찾았다. 미디엄은 좋은 플랫폼이긴 하지만, 독자들이 영어권이 많아서 나의 영어 실력으로는 그곳에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티스토리'라는 것을 시작했다가 '브런치'를 발견했다.

브런치 스토리팀이 올려놓은 작가신청 안내의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해 시작한 서비스'라는 글귀는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 글을 쓰는 사람들을 '작가'라고 부른다고 했다.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세상을 향해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말에 내 심장은 컨트롤하기 어려울 만큼 쿵쾅거렸다.

나는 이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이 얼마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가족들, 특히 아들의 응원과 코치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지만, 첫 번째 지원에서 '안타깝게도 이번에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한껏 부푼 나의 꿈은 기대 크기만큼 실망도 컸다.

'그래 내가 이 나이에 뭘~'

글쓰기를 손 놓고 있었는데 아들이 다시 한번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고, 글을 써 보라고 코칭을 해 주었다.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다른 작가들, 특히 실패해서 다시 작가가 되신 분들의 글을 읽고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

두 번째 지원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고 얼마나 감격했던지...

화면 캡처 2025-09-09 143853.jpg


그렇게 나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브런치의 격려를 받고, 넘기 어려울 것 같은 높은 작가라는 문턱을 넘어 어릴 적 보통사람들을 통해 꿈꾸었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요즘은 글을 쓸 때마다. 나의 마음은 꿈으로 꽉 들어차 충만한다.


보통사람들에게 글을 쓰고, 꿈을 꿀 기회를 준 브런치에게 감사한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보통사람#꿈#작가#브런치 #10주년#팝업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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