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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디언 Apr 27. 2024

쌍놈? 새끼? 상태?

불어배우기 좌충우돌

이민자 불어학교를 다닌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아 베 세 데 (A B C D)도 못 배우고 

 겨우 입에 붙지도 않은 발음으로 봉쥬르 (Bonjour),  봉수아(Bonsoir), 메르시 복구( Merci beaucoup) 정도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법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늘었다.


그런데 불어는 발음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소리가 우리나라 말과 비슷한데 어감이 살짝 웃긴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쌍놈 (Sans nom)


불어학교에서는 모두가 제 나라에서는 고등교육을 받고 꽤나 괜찮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캐나다에 이민을 온 사람들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 모인 곳이다.

이곳은 사실상 언어를 배우기 위한 그 이상의 사발통문(沙鉢通文)이다.


점심시간이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는 자기가 가진 정보들을 나눈다.

그 정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꽤나 도움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때로는 뉴스에  나오는 사건일 수 있고, 드라마 이야기 일수도 있다. 특별히 이집트 아줌마와 한국아줌마의 공통 관심은

어느 마트가 이번주에 세일을 제일 많이 하느냐에 있다.

조금씩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학교를 중심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지역은 거이 거기서 거기라 장을 보러 가는 곳도 같은 마트를 사용하고 있다. 

중동이나 아랍사람들이 가는 아도니스(Marche Adonis), 가장 저렴하고 서민들이 자주 가는 수퍼씨(Super C), 맥시(Maxie ) 그리고 코스코(Costco) 이집트마켓, 한국마켓, 중국마켓 등등.


이런 마켓에서 파는 물건들 중에는 브랜드가 유명한 것도 있지만, 가격이 좀 저렴한 상표가 없는 물건들도 있다. 한국으로 말하면 이마트 자체브랜드에서 생산한다거나, 코스코의 커크랜드(Kirkland) 상표 같은 거다. 

영어로 노네임(no name)이라고 쓰인 상품인데 이걸 불어로 쌍놈( Sans nom)이라 읽는다.

sans nom brand



세끼 ( c'est qui?)


한 번은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베트남 국숫집에 갔다.  문 입구에서 자리를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뒤 레스토랑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 주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시간이라 레스토랑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물을 갖다 주는 동시에 우린 메뉴판도 보지 않고 우리가 늘 먹는 국수를 시켰다.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레스토랑을 쭉 흩어보고 있는데 옆에 앉은 퀘벡 꾸아들이 시끄럽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대화 내용이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내뱉는 단어가 귀에 꽂혔다.

“세끼?”


‘저 사람 욕하나 봐’ 나는 남편에게 속삭였다. 자꾸 ‘세끼래’

‘에이 설마’ 남편은 내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후로는 그 단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문한 음식도 나왔길래 그냥 넘어갔다.

집에 돌아와 딸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 욕을 잘 모르는 딸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그건

 ‘누구야?’라는 뜻이라고 말해주었다.

ce는 영어에 this (이분)에 해당되고, est는 be 동사 is에 해당되며, qui는 who (누구)에 해당된다.

아이에게 한국에도 그런 비슷한 소리가 있는데 주로 욕으로 불린다고 했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로도 나는 가끔 퀘벡꾸아( quebecois)들이 쎄끼( c'est qui?)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상태 (santé)


최근에 딸아이의 반에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온 친구가 있다. 영어권에서 온 이 친구도 불어 때문에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히나 COVID-19으로 인해 의료진들을 너무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병원들마다 환자로 넘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불어권환자들이 오면 의사로서는 너무 난감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환자와 소통을 해야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는데, 동료의사가 있으면 그나마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그도 저도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번역기라도 돌려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불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 우리 딸이 그 친구가 안쓰러워 괜찮냐( Are you Ok?)라고 물었더니 상태(santé)가 안 좋다고 했다. 

상태(santé)는 번역하면 건강(Health)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어와 의미가 일맥상통하기도 하다.


그래서 농담으로 상태(santé)가 안 좋다고 말한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언어뿐 아니라 그 문화를 더불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새로운 세계로의 문이 열리는 수단이 되는 것 같다.


또 그 언어에 익숙해지면 언어의 유희도 즐길 수 있다. 물론 그에 합당한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긴 하지만.

사진출처: Santé - L'Européenne d'Assu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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