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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디언 Apr 27. 2024

Ça Va

불어배우기 좌충우돌

만능열쇠 Ça Va


아침에 눈을 떴다.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갑자기 현타가 왔다. 

어쩌지 오늘 수업을 가야 하나?

잠시  내적갈등이 생겼다.


남편은 벌써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방 안까지 스며들어오는 커피의 향

남편이 잠을 깨우러 방문을 열었다.


나: 어쩌지 여보? 가도 될까?

남편:가야지. 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수업 들어야지.


남편은 MBTI 가 T다.

감정보다는 언제나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다.


나:그렇지? 가야겠지? 괜찮을까?

남편:괜찮겠지. 미안하다는데…

나: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아니잖아?


대답대신 남편은 슬며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학교 갈 채비를 했다.

남편을 따라 학교를 가기로 했다.


교실에 들어섰는데 미리암이 벌써 와 있었다.

그녀는 내게 손을 흔들며 Ça Va?라고 인사를 했다. 사실 난 Ça Va! 하지 않았지만 그냥 Ça Va!라고 대답했다.

Ça Va는 영어로 How are you? 정도의 의미이다. 

오늘 미리암이 내게 Ça Va?라고 한 것이 How are you?라고 한다면, 내가 대답한 것은 Fine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맥과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의미로 아주 많이 쓰인다.

한국어로 의미로 전환한다면 

‘괜찮아? 응 괜찮아?’ 

혹은 ‘안녕?’ 안녕!’

‘알겠어? 알겠어!’

뭐 이런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불어선생님의 별명은 싸바 Ça Va?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오셔서 수업을 시작하실 때 우리에게’Ça Va?’

라고 인사하시면 우리도 Ça Va?라고 인사했다. 수업 내내 설명하시면서 

알았지?라는 의미로 Ça Va? 하시면 우리는 알겠다는 의미로 Ça Va?라고 답했다. 


그런데 불어 초보반에서는 이 Ça Va? 가 만국공통어이다. 


우린 서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의 90%는 이집트 인들이며, 그들은 영어가 어렵고, 나는 한국인이니 한국어에 그래도 캐나다에서 10여 년 살았다고, 영어로 조금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니 반벙어리 생활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이렇게 소통이 어려우니 문장이 아니라 몇 개의 아는 불어 단어를 나열하고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내 말 이해했지? ‘라는 의미로   Ça Va?를 외친다. 그러면 이해했든 안 했든 그냥 이해했다는

의미로   Ça Va!라고 대답해 준다.


그렇게 불어가 늘어가는 게 아니라 눈치만 늘어가고 있다.



OK와 D'ACCORD


불어에 대한 자존심 강한 퀘벡사람들 

이들도 자주 쓰는 영어는 OK이다.

대화의 끄트머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그들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단어 중 하나이다.

그런데 마담 마리는 OK 대신 꼭 다꼬드 D'ACCORD를 쓴다.

뼛속 깊이 까지 퀘벡꾸아 (Quebecois- 퀘벡에 살고 있는 French Canadian을 지칭하는 말)

이다.


D'ACCORD는 캐주얼하게 OK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동의합니다.’

 내지는 ‘ 맞습니다.’라고 해석가능하겠다.

영어로는  OK, Agree, Accept로 번역할 수 있다.

마담 마리는 설명 후에 항상 D'ACCORD라고 우리에게 확인한다.

그러면 우리도 D'ACCORD라고 대답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D'ACCORD와 Ça Va의 쓰임새와 비슷할 것 같다.


언어는 단순히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만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황에 따라서 쓰임새가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오역이나 오해가 생길 확률이 높다.


요즘은 YouTube나 온라인으로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보다 쉽게 외국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해석이 완전하지 않은 단어들과 그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완전하게 느끼지 못하기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면 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딩~동~댕  


수업이 시작된다.


싸바 비엔 Ça Va B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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