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배우기 좌충우돌
만능열쇠 Ça Va
아침에 눈을 떴다.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갑자기 현타가 왔다.
어쩌지 오늘 수업을 가야 하나?
잠시 내적갈등이 생겼다.
남편은 벌써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방 안까지 스며들어오는 커피의 향
남편이 잠을 깨우러 방문을 열었다.
나: 어쩌지 여보? 가도 될까?
남편:가야지. 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수업 들어야지.
남편은 MBTI 가 T다.
감정보다는 언제나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다.
나:그렇지? 가야겠지? 괜찮을까?
남편:괜찮겠지. 미안하다는데…
나: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아니잖아?
대답대신 남편은 슬며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학교 갈 채비를 했다.
남편을 따라 학교를 가기로 했다.
교실에 들어섰는데 미리암이 벌써 와 있었다.
그녀는 내게 손을 흔들며 Ça Va?라고 인사를 했다. 사실 난 Ça Va! 하지 않았지만 그냥 Ça Va!라고 대답했다.
Ça Va는 영어로 How are you? 정도의 의미이다.
오늘 미리암이 내게 Ça Va?라고 한 것이 How are you?라고 한다면, 내가 대답한 것은 Fine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맥과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의미로 아주 많이 쓰인다.
한국어로 의미로 전환한다면
‘괜찮아? 응 괜찮아?’
혹은 ‘안녕?’ 안녕!’
‘알겠어? 알겠어!’
뭐 이런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불어선생님의 별명은 싸바 Ça Va?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오셔서 수업을 시작하실 때 우리에게’Ça Va?’
라고 인사하시면 우리도 Ça Va?라고 인사했다. 수업 내내 설명하시면서
알았지?라는 의미로 Ça Va? 하시면 우리는 알겠다는 의미로 Ça Va?라고 답했다.
그런데 불어 초보반에서는 이 Ça Va? 가 만국공통어이다.
우린 서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의 90%는 이집트 인들이며, 그들은 영어가 어렵고, 나는 한국인이니 한국어에 그래도 캐나다에서 10여 년 살았다고, 영어로 조금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니 반벙어리 생활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이렇게 소통이 어려우니 문장이 아니라 몇 개의 아는 불어 단어를 나열하고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내 말 이해했지? ‘라는 의미로 Ça Va?를 외친다. 그러면 이해했든 안 했든 그냥 이해했다는
의미로 Ça Va!라고 대답해 준다.
그렇게 불어가 늘어가는 게 아니라 눈치만 늘어가고 있다.
OK와 D'ACCORD
불어에 대한 자존심 강한 퀘벡사람들
이들도 자주 쓰는 영어는 OK이다.
대화의 끄트머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그들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단어 중 하나이다.
그런데 마담 마리는 OK 대신 꼭 다꼬드 D'ACCORD를 쓴다.
뼛속 깊이 까지 퀘벡꾸아 (Quebecois- 퀘벡에 살고 있는 French Canadian을 지칭하는 말)
이다.
D'ACCORD는 캐주얼하게 OK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동의합니다.’
내지는 ‘ 맞습니다.’라고 해석가능하겠다.
영어로는 OK, Agree, Accept로 번역할 수 있다.
마담 마리는 설명 후에 항상 D'ACCORD라고 우리에게 확인한다.
그러면 우리도 D'ACCORD라고 대답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D'ACCORD와 Ça Va의 쓰임새와 비슷할 것 같다.
언어는 단순히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만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황에 따라서 쓰임새가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오역이나 오해가 생길 확률이 높다.
요즘은 YouTube나 온라인으로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보다 쉽게 외국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해석이 완전하지 않은 단어들과 그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완전하게 느끼지 못하기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면 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딩~동~댕
수업이 시작된다.
싸바 비엔 Ça Va B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