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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디언 Aug 20. 2024

젊어서 좋겠다

크로켓 클럽( Croquet Club)에서 만난 할머니

8월 중순이 되니 뉴스를 비롯해서 TV광고등 새 학기를 시작하는 사인들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새내기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기숙사로 이사하느라 무거운 짐을 옮기는 모습과 다른 지역의 차량 번호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화려한 무대에 막이 내리고 새로운 장르의 무대장식이 떠 오르듯 몬트리올은 뜨거운 여름, 도시를 달구던 많은 페스티벌과 관광객들이 끝나고 새 학기를 준비하려는 새로운 사람들로 등장인물들이 바뀌었다. 


신입생들을 환여하는 재학생들


학기가  시작되는 8월 말과 9월 초의 대학가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웰컴 백들과 각 기숙사별로 학과 별로 나눠준 단체 티셔츠를 입은  새내기 학생들로 가득 차고, 2-3명씩 단체게임을 하듯 가구들과 침대매트리스를 기숙사로 혹은 아파트로 옮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관광객들이 빠지고 다시 학생들로 채워진 대학가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기숙사로 이사하는 학생들


우리도 얼마 전 생면부지의 한국학생이 여러 아는 사람들을 거쳐 우리에게 연락이 와서 공항픽업을 부탁받아 짐을 기숙사까지 옮겨 주었다. 

그 친구가 1년 동안 머물게 된 기숙사는 우리 아들이 12년 전에 머물렀던 같은 기숙사여서 처음 이 기숙사에 아들의 짐을 옮기던 기억이 나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선배를 지나, 조상님 아니 이젠 화석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나에게는 아들을 기숙사에 남겨놓고 왔던 그날이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대학가의 싱싱한 기운을 느끼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의 설렘을 느끼면서 ‘ 젊어서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 게시판에 걸린 클럽 인포



그리고 그 주 수요일에 남편과 함께 웨스트마운트 론 볼링과 크로켓 클럽( Westmount Lawn Bowling and Croquet Club)에 갔다.  

얼마 전  웨스트마운트 도서관에 갔다가 게시판( Bulletin board)에 붙어있던 클럽 인포메이션을 보고 한 번 가보리라 벼르다가  MBTI가 인티제(INTJ) 남편을 끌고 갔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벌써 머리가 하얀 시니어들이 흰색 상의를 입고 이름표를 달고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입구에 테이블에서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고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며 처음 왔냐며 인사를 건네었다.  우리도 인사를 건네며 이 클럽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하니 안내를 해 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하시면서 갑자기 한국분이냐고 물으셨다.  

남편과 내가 하는 대화를 들으셨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너무나 반가워하셨다. 우리를 등록 장소로 안내해서 리셉션니스트에게 소개해 주고 등록을 마치자 말씀을 시작하셨다. 본인은 82세가 되셨고, 이민 오신 지도 몇 년째고 자녀는 몇 명이고 남편은 무슨 일을 하셨는지 여쭤보지도 않았는데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아무래도 말이 고프셨던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내 손을 꼭 잡으시고 놓지 않으시며 계속 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로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를 시켜주셨다. 


Croquet game                                                                       Lawn Bowling

 ‘ 잘 왔다’며, ‘젊어서 좋겠다’고 마치 노래의 후렴처럼 게임 내내 그렇게 우리 부부를 보고 말씀하셨다.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 이제  이순의 나이를 코 앞에 둔  나에게 젊다고 부러운 듯이 말씀하시는 그 할머니를 만나면서 나는 아직 내가 젊은 나이라는 것에 안도가 된다. 


새 학기를 맞아 캠퍼스로 몰려드는 아들 보다 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젊어서 좋다’라고 느끼는 나나,  50대의 나를 보면서 젊다고 느끼시는 82세 클럽할머니가 느끼는 것은 그것이 매 한 가지인 것 같다.

그  좋다는 젊은 시절이  인생에서 참 좋은 계절이었다는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왜 이렇게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걸까? 비록 20대의  젊은, 찐 젊은 시절은 아니어도 80대 보다 젊은 50대의 젊음을 감사하며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젊어서 좋은 이 시간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나의 가장 젊은 날이 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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