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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의 잡학다식 Aug 26. 2021

예언 2015, 그 뒤

- 한류, 할리우드, 그리고


미국 노동절 휴일이지만, 날씨도 덥고, 이것저것 챙길 일이 있어 조용하고 시원한 사무실에 나와 하루를 보냈습니다. 1년 전 오늘은 추석이었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제가 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장으로 LA에서 일한지 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네요. 바쁘게 일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고 아쉬움도 큽니다. 그간 작은 성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한국 콘텐츠가 가진 힘 덕분입니다. 느낀 것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1.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 소비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열성팬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K-Pop은 꾸준히 소비가 이어지고 있고, K-Drama는 지난 1~2년간 온라인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다가 조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량은 여전합니다.


2.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는 먼저 수용한 팬들의 추천과 권유, 즉 viral을 통해 주로 전파됩니다. 작년 말 저희 사무소에서 조사한 '미국시장 한국콘텐츠 소비조사' 결과를 보면 언제, 어떻게 한국 콘텐츠를 처음 접했는가 질문에 '친구, 가족의 권유'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한류팬들은 중요한 정책적 고객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 따라서, K CON처럼 한류팬이 수만 명 이상 대규모로 모이는 행사는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할 매우 중요한 플랫폼일 것입니다.


3. 한국에 안정적인 시장이 존재하고, 인기를 얻은 콘텐츠라야 미국에서도 영향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가 세계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이죠. 작년 아시아 시장에서 터진 '별에서 온 그대'가 미국의 K-Drama 팬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끝에 단숨에 '역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2위'에 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4. 미국은 단일 시장이 아닙니다. 인구가 많고, 지역도 넓은데다 언제 와서 정착했느냐의 문제지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패턴, 취향이 광범위합니다. 인구 수가 6천만명에 이르는 라틴계를 대상으로 하는 Univision, Mundo Fox 등 지상파, 케이블 채널이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계 이민자, 유학생, 한국 교민들을 핵심 소비층으로 하면서 백인, 히스패닉, 아프리카계 등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미국 인구의 10%만 한국 콘텐츠를 고정적으로 소비한다면, 또다른 한국 시장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틈새도 작지 않습니다. 메인 스트림이냐 아니냐 하는 게 중요한 이슈일 수 있지만, 실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확하게 잘 따져보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5.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을 거점 또는 교두보로 삼으려는 미국 미디어 콘텐츠업 관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 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어서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넷플릭스,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합니다. 단순히 미국 드라마, 영화에 자막을 달아 서비스하는 것보다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투자,제작,유통,배급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넷플릭스,아마존이 제작한 K-Drama가 한국의 방송 채널이 아니라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일시에 공개될 수도 있겠지요.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음악,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현지 팬들을 눈 앞에서 보는 일은 낯설고 신기합니다. 저 사람들은 대체 왜 우리 콘텐츠를 좋아하지? 때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나는 저 한 사람의 소비자를 정확하게 알고 있나? 분명한 것은 한국 콘텐츠가 독특하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와 재미, 스타일, 멋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작가, 감독, 프로듀서의 재능이 빼어나다는 것이고, 우리 독자, 관객, 시청자, 유저들의 눈높이가 높고, 입맛이 까다롭다는 뜻도 될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늘 한국을 바라봅니다. 미국 시장에 소개하고, 마케팅할 멋진 기획, 스토리, 기술, 콘텐츠가 나오기를 항상 기다립니다. 다시 시작하는 1년,  한류 확산, 한국 콘텐츠 수출 확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질책 기다리겠습니다. (2015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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