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포항시 문화예술과 윤 과장님과 김 선생님이 목동 KOCCA 스토리창작센터에 방문한 일이 있다. 지역과 기업에 '스토리텔링 바람'이 불어오던 때였다. 전국 많은 시, 도에서 물어물어 나에게 전화를 해왔는데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토리 공모전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하였다.
포항시도 스토리 공모전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몇 번 통화한 끝에 한 번 뵙자 하여 오신 것. 한참 듣고 보니 스토리 공모전을 하고 싶은 것이라기보다는 포항을 널리 알리고 싶은 게 주된 목적이었는데 여러 동네에서 공모전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셨던 같다.
"저는 반대입니다."
했다. 공모전이라는 게 글 좀 쓴다는 청소년, 대학생, 아마추어들의 수상 경력 잔치가 되기 십상인 데다 응모자들이 포항을 잘 모를뿐더러 '작품'의 반열에 이를 만한 스토리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금에 버금가는 심사료를 쓰고, 홍보, 시상식, 상패 제작 등에 사업비를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스토리 공모전을 해마다 열지만 끝내는 수상작 자료집을 만들어 전국의 도서관에 배포하고 소리 소문 없이 잊히는 게 현실 아닌가.
이렇게 제안했다. 유명 작가에게 의뢰해 포항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소설을 써달라고 하시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 발전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콘텐츠가 되면 자연스럽게 포항이 널리 알려지게 되지 않을까? 누구보다 포항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추천할 만한 작가를 묻기에 같은 대구 경북권 출신인 성석제, 이인화 선생을 고려해 보시라 했다. 작가 선정은 꼭 '위원회' 형태로 학계, 예술계, 문화계 다양한 분들을 모셔서 두루 의견을 듣고 진행하는 게 행정적으로도 좋다고 의견을 드렸다. 경험을 바탕으로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고, 오신 김에 스토리창작센터를 둘러보고, 자장면도 같이 먹고, 포항에 얽힌 개인적 추억을 나누고 배웅해드렸다.
작년 여름 어느 날, 김 선생님에게 전화가 와서는
"마.. 됐습니다~ 성석제 선생하고 소설 작업하기로 결정 났습니다"
하는 것이다. 대단한 추진력! 한시름 덜었으니 맘 놓으시고, 잘 되기를 기대한다고 인사를 나누고 잊었는데 어제 포항에서 이메일이 왔다. 이번에 성석제 작가의 장편 <단 한 번의 연애>가 소설로 출간되었다고. 많은 분들의 호응 속에 출판기념회를 열고, 소설 반응도 좋다고... 포항에 오시면 맛난 회와 소주 한 잔 대접하고 싶다고. 아침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성석제 씨는 "사투리 이외 조건은 없었지만, 포항에서 집필을 하다 보니 소설 배경이 자연스럽게 그곳이 됐다"라고 말했다. 소설 <단 한 번의 연애>는 구룡포 고래잡이 딸을 사랑하는 해녀 아들의 이야기로 포항제철소, 송도해수욕장, 보경사, 구룡포 초등학교 등 포항 지명과 물회, 과메기, 모리국수 등 포항 음식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이러면 이미 충분한 효과를 거둔 것 아닌가? 아침에 답장을 보냈다.
"지역 문화예술 정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의미 있는 성과를 포항이 이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영화, 드라마로 계속 이어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때문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미국 마이애미 키웨스트를 찾듯 이 작품으로 포항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은 참 재미있다.
(2013. 6,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