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자전거에서 내려 다리 쉼을 한다.
순한 바람, 조각달, 샛별, 빌딩과 아파트 숲 불빛이 편하다.
서강대교 아래 '밤섬'
1960년대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김현옥 서울시장 시절,
한강을 개발한다며 몇 남은 원주민을 내보내고 섬을 폭파해 없앴던 것이 수십 년 세월 동안 상류에서 실려온 토사가 퇴적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단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숲이 우거지고, 습지가 조성되자
철새들이 날아들어 알을 낳고, 거북이, 남생이 같은 녀석들이 서식하는 도심의 섬이 되었다고.
내버려 두면 된다. 자연은 제 힘으로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산다.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 단 몇 해 반짝 권세를 잡았다고 순리를 거스르면서 이것저것 뜯어고치는 걸 보면 안타깝다.
1960년대야 전쟁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고, 당대 최빈국 리스트에 머무를 때였으니 그렇다 해도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개발 연대기 시대 논리로 산과 강을 대하는 우리 의식의 자화상은 못내 서글프다.
서울 시장 새로 뽑는데 야권 단일 후보가 선출되었다는 인터넷 뉴스 속보. 그 밑으로 한강에 새로 생겼다는 '보'의 효용성 논란, 해묵은 양화대교 문제, 세빛둥둥섬 기사가 나란히 올라온다. 몇몇 사업은 곧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여서.
부디 새로 선출되는 서울시장은 자연과 세월 앞에 겸손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흐르는 강물처럼..
- 2011. 10. 3 밤 한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