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영'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부모들이 있을까? 아니 사실 이 단어를 안 들어본 사람들을 찾는 게 더 쉬울 것이다. 도대체 노부영이 사람 이름이야뭐야 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트윙클 트윙클 리틀 스타~' 정도만 알뿐 그게 '마더구스' 인지도 모르고 자랐던 나는 임신 후 '노래로 부르는 영어, 노부영'을 알게 되고, 첫째를 키우며 영어 노래를 많이 틀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할머니께'산토끼'와 '따르릉 따르릉'동요를 배워 와서는 한동안 온 집안을 고래고래 노랫소리로 가득 채우고 다녔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해보니 '작은 동물원(삐약 삐약 병아리~로 시작하는)', '섬집아기', '과수원 길' 같은 내가 흥얼거렸던 노래들을 첫째가 어느샌가 다 알고 비슷하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뒤로 첫째와 자주 동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광 음악 출판사에서 나오는 동요 책을 사서 간단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루에 한 곡 정도를 뚱땅 거리면서 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는 매우 즐거워했고, 지금도 시시 때때로 동요를 흥얼거리고 다닌다.
다시 돌아가 보자. 그런데 가만 보니 아이가 신생아 시절일 때부터 항상 나는 아이와 멜로디로 대화를 해왔었다. 목욕 시간에는 옷을 벗기며, "6시면 돌아오는 목욕시간~, OO이가 좋아하는 목욕시간~, 어푸어푸 첨벙첨벙 목욕시간~, 목욕하자~"라는 자작 멜로디를 불러주었다. 아침에 일어난 시간이라든지 잠자리에 들 시간에도 항상 짧은 멜로디를 불러주었다. 이 외에도 애착 책의 책 제목을 읽거나 애착 인형을 부르거나 할 때도 나만의 톤으로 불러주었고, 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온 식구들이 다 알고 있었다. 이러한 엄마표 멜로디는 일상의 리츄얼에 음악을 입힘으로써 아기의 습관 형성을 도와주고, 낯선 환경이나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정감을 주는 애착 효과가 있다.
종합해보자. 나는 이렇게 멜로디를 항시 입에 붙이고 다녔었고, 동요를 부르고 다니는 첫째를 보면서 둘째에 어떻게 적용하였을까. 먼저 사물의 이름을 알려주거나 책을 읽을 때, 그 내용을 담은 관련 동요의 특정 구절을 붙여서 같이 불러주었다. 예를 들어, 날씨와 시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책이 있었는데, 해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붙이고 나서 '와 해님이네, 해님 안녕~'이라고 하며 알려주고자 하는 명사를 동요 뒤에 붙여준다. 달은 '달달 무슨 달~', 비가 내리는 하늘은 '빗방울이 똑똑똑똑 떨어지는 날에는,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이 경우는 두 동요를 합쳐서 비 오는 날의 가장 큰 특징을 쉽게 설명해준다.), 눈이 오는 풍경에서는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를 부르고 나서 설명을 하거나 단어를 알려준다. 이렇게 관련된 동요에서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한 구를 선택해서 명사 앞이나 뒤에 붙여서 불러주고 그 명사를 반복해 인지시킨다. 새 신발을 산 첫째와 신발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둘째를 대상으로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으로 동시에 둘을 만족시키려 애쓰고, 옥수수를 먹거나 하모니카를 불 때는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옥수수, 하모니카 하모니카!' 하는 식이다. 개나리를 보면서는 '나리나리 개나리~ 봄나들이 갑니다~ (두 구절을 붙여서 개나리가 봄에 피는 특징을 바로 알려줄 수 있다)'를 붙이고, 계곡물을 보거나 시냇물이 나오는 책에서는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을 왔다 갔다~', 개구리 책을 보면서 '개굴개굴 개구리~'나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잠자리 책을 보며 '윙윙윙윙 (가을) 고추잠자리~'등을 붙인다.
적절한 동요가 없을 때는 앞에서 언급한 엄마표 멜로디를 만들어서 붙여서 이야기해준다. 앞서 들었던 예시를 다시 언급해보자. 냄비에 대해서 생각나는 동요는 없다. 대신 '국을 끓이자 보글보글 냄비'처럼 의성어나 의태어를 붙이는 경우에는 반복되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쉽게 멜로디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줄글로 풀어놓으니 긴 과정인 것 같으나 사실 미리 고민을 해서 멜로디를 붙여놓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음들이 그냥 바로 멜로디가 되고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고정이 되어서 우리만의 노래가 되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입학 전에 동요 학원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부영이나 마더구스만 노래로 틀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예쁜 동요들(정말 많고 이쁘고 아이들도 매우 좋아한다.)이나 엄마가 만든, 좀 더 크면 함께 만든 멜로디를 어린 시절의 일상에 입혀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동요에는 자연의 모습이나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는 내용이 많고 정서상 외국의 마더구스 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엄마의 성장기 정서를 아이와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로 어린 시절의 결을 기억할 수 있다면 성장과정에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좀 덜 힘들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생각까지도 해보는, 특이하거나 많이 안 들어본 동요, 국악 동요, 전래 동요 찾기까지 하면서 요즘 동요나 멜로디 육아에 푹 빠진 이상 나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