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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Aug 28. 2020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남미 여행 준비하기

남미는 내 오랜 꿈이었다. 처음 세계여행 기행문을 읽으면서 매료되었던 곳. 나는 감히 발을 딛기 힘들거라 생각했던 곳. 시간과 돈이 된다면 바로 떠나보고 싶었던 곳. 그곳이 바로 남미다.


 전역할 때 즈음, 군인 적금이 만료되면서 목돈이 생겨버렸다. 저마다 목돈을 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고민 없이 여행을 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지체 없이 남미로 결정했다. 


 군대에서 여행기를 정말 많이 읽었다. 기행문도 여행지가 정말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남미 기행문만 골라서 읽었다. 어찌 보면 그때부터 나는 남미를 가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1월에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은 남미의 겨울, 정반대의 계절이었기에 나는 우리나라의 겨울에 출발하려 했다. 그래야 남미가 여름일 것이고, 성수기에다가, 우기여서 우유니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남미 여행은 계절별로 장단점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여름을 선호하기도 했고, 비가 많이 내릴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우유니의 거울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다시 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남미에서 보고 싶은 것은 모두 보고 오고 싶었다. 내가 여행 동선을 정하고, 예상 경비를 계산하고, 일정을 짜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항상 내가 가고 싶은 모든 곳을 지도에 표시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미국도 들렀다 가고 싶었고, 쿠바를 들릴 수는 없을까, 에콰도르는 가볼 수 있을까, 유럽이나 이집트를 경유해서 구경하는 것은 어떨까 라며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다가 결국 비행기 값에 선택지가 축소되어 결국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만 보고 오기로 했다. 한국에서 남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흔히 불리는 '페볼칠아'만 돌게 된 것이다. 


보통 남미를 여행할 때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서 돌곤 한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페루부터 시작하는 반시계 방향으로 여행을 하곤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인터넷 상에 정보도 많을뿐더러, 고산병에 적응하기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결심했는데, 그 이유는 비행기 표가 조금 더 싸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어차피 어느 방향으로 돌던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다 가볼 수 있을 텐데, 그럴 거면 조금 더 싼 선택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돈이 다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In - 리마 Out이었다. 여행은 비행기표를 끊는 순간부터 시작이라고, 표가 없으면 결국 여행이 흐지부지되어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표를 끊어놓으면 돈이 부족해도 어떻게든 가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무려 6개월 전부터 표를 끊었다.



그때부터 내가 가고자 하는 모든 여행지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가장 대척점에 근접하다는 이유로 우루과이도 이틀 정도 들려보고 싶었지만, 나머지 일정이 너무 빠듯해지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은 치안이 안 좋기로 악명이 자자하기도 했고, 리우 예수상을 보고 싶었지만, 그 하나를 위해 시간과 비용 소비가 너무 커서 비행기 표를 끊을 때 포기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리우 In으로 표를 끊었을 것 같다.) 산티아고는 딱히 보고 싶은 곳이 없어서 그대로 건너뛰었고, 아르헨티나의 발파라이소나 바릴로체, 살타 등 또한 날 이끄는 곳이 없어서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우수아이아는 '세상의 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내가 팔로우하던 어느 여행자의 인스타그램 사진 하나에 이끌려 선택지에 추가하게 되었다. 


우유니는 날씨의 변수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정을 투자하곤 한다. 나 또한 우유니에 기대가 컸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어느 정도 일정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국에서 우유니가 유명해지기 훨씬 이전에, 책에서 우유니를 알았고, 고등학교 자습실에 우유니 사진을 붙여놓을 만큼 나에게 우유니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남미에 일주일씩 우유니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4일 정도만 머무르기로 했다. 열심히 투어를 하다 보면 한 번 정도는 내가 원하는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라파즈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건너뛰는 도시이지만, 나는 라파즈의 달의 계곡이 너무 가보고 싶어서 라파즈도 포함시켰다. 여행을 다녀오니 가지 않아 아쉬운 지역이 하나 있다면, 페루의 와라즈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69 호수를 보러 가는 곳이긴 하지만, 파라마운트 호수가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그 점을 제외한다면, 나는 내가 여행한 지역에 모두 만족했고, 일정 상으로도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잘 다녀왔다고 자부한다.


여행 계획의 일부



기초 스페인어 책을 샀다. 스페인어를 쓰는 대륙이기도 하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후기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학교 일정에 치이고, 일정을 짜는데 시간을 뺏긴 나는 (사실 귀찮기도 했고) '올라' 하나만 알게 된 채,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처음인데 하필 제일 멀리, 제일 오래 한 여행이다.) 나름 동행을 구해보려고 했다. 여행지에서 동행을 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시간이 많았기에 미리 동행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싶었다. 네이버 '남미 사랑' 카페에서 정보도 얻고 열심히 동행도 구했다. 동행을 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남미로 가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하지만, 일정이 겹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나는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었기에 오랜 기간 여행을 할 동행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여행자마다 가고자 하는 도시와 여행 스타일이 다른 것도 문제였다. 실제로 여행 스타일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에 동행을 잘 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동행 덕분에 여행이 더 즐거워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여행을 망치는 경우도 종종 봤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찍은 내 모든 짐


나는 내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동행을 구하면 좋지만, 없으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동행을 구하기 전에 먼저 비행기 티켓을 모두 끊어놨다. 그런 와중에 고맙게도 내 일정에 맞출 수 있다는 동행을 구할 수 있었고, 그들은 나와 같은 비행기 편을 모두 예약하고서 서로 누군지도 모른 채, 각자 한국을 떠났다.


여행을 준비하는 일이 녹녹지는 않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남미 여행은 거리에서도 부담감이 크게 다가오지만, 언어도 확실히 통하지 않는 대륙이었고, 변수도 많았으며, 한 달이나 되는 장기간 여행에 짐을 꾸리는 것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남미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행 사진을 보며 남미 여행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그전에 자기 검열을 신중히 해 볼 것을 추천한다. 여행 사진만을 보고 덜컥 비행기 표를 끊어놓으면, 그 아름다운 사진 이면의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많은 일들을 감내하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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