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3.12. 화
2015년 6월 '백건우& 드레스덴 필하모닉'을 본 뒤로 4년 만에 다시 그의 연주를 보게 되었다. 당시 69세였던 그가 73세의 은발이 되어 돌아왔다. 나이 들면 하루하루가 다르다는데, 무대 위의 그는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공연 시간 90분을 거뜬히 불태울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 12곡 분량의 악보를 외우는 도전과 여유로움. 어느새 관객들은 바람 따라 춤추는 나뭇잎처럼 그의 음악 세계로 흘러 들어간다.
쇼팽의 야상곡은 말 그대로 야상곡이니까, 어느 봄밤 새하얀 벚꽃이 수놓은 야외에서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선율이 감미롭고 아름다운 나머지 공연 중간중간 눈이 스르르 감기는 순간도 있었고, 심장을 두드리는 강한 울림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하는 그가 국내 공연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행되었던 '섬마을 콘서트'투어 소식은 아직도 내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다음에 그의 공연을 또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더불어 그의 건강과 열정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