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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Jun 10. 2019

결혼식을 다녀와서

2019.6.9. 일

지인들의 자녀가 하나 둘 결혼을 한다. 오늘은 친한 언니의 큰딸이 목동에 있는 '로프트 가든 344'라는 곳에서 화촉을 밝혔다. 일요일 오후 2시, 아담한 예식장이 금세 하객들로 가득 찼고, 풋풋한 한 쌍의 커플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입장했다.  



예전과 달리 결혼식 문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주례를 보는 사람은  따로 없고, 성혼선언문 낭독과 함께 간단한 주례를 아버지들이 맡아하는 분위기다. 대체적으로 신랑 측 아버지가 하는 것 같다.


오늘 예식장에서는 신랑 측 아버지가 성혼선언문과 하객들에게 공식적인 인사말을 올리고, 이어 신부 측 아버지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신부 측 아버지는 사위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낭독했다. 형식적이고 뻔한 주례에 비해 진심이 담긴 내용이라  그런지 식권을 만지작대며 엉덩이를 들썩이지 않았다.


축가를 부르는 시간에, 신부의 여동생이 준비한 특별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다. 언니의 결혼 준비 과정과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를 영상에 담았다. 또 형부와 언니의 성장 변천사를 한 화면에 나란히 편집해, 순차적으로 보다 보면 마지막에 두 사람이  하나 된 순간까지 보여준다. 거기다가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가사로 부르는 동생의 노래는  하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오늘의 결혼식을 되돌아보니 몇 가지 부러운 면이 다. 일단 양가 부모님 모두 계셔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는 느낌이 참 좋았다. 가장 평범한 모습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는 어느 쪽이든 부재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쉬운 조합은 아닌 것 같다.



하객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만 하던 아버지들이, 이제는 마이크를 잡고 연설도 해야 한다. 보기 좋은 면도 있지만 아버지들의 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형제자매가 있다면 조금의 노력으로도 당사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하객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인상적인 결혼식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결혼식 시간대 앞 뒤로 다른 결혼식은 없었다. 그래서 시간에 쫓기거나 혼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은 패턴으로 서두르듯 마무리하지 않아서 끝까지 편안한 예식을 보고 올 수 있었다.



집안에 새 사람이 들어오면, 단출한 가정에도 활력이 생길 것 같다. 서로 반겨주고 챙겨주며 힘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몇 년 뒤 내 나이를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언젠가 내게도 생길 예비 사위들을 상상해 본다. 오늘 결혼 한 두 사람의 앞 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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