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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Jun 26. 2019

집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2019.6.15. 토


나이가 들면 지금 살고 는 집과, 근교에  또 한 채를 두어 딱 일주일의  절반씩 오가며 생활하고 싶다. 실로 주변 사람들 중에서 그런 생활을 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 오늘은 특별한 부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올해 79살과 74살  되는 부부는 13년 전에 강화에 700평의 땅을 다. 그부터 오늘날까지 정성껏 집을 돌보며 가꾼 결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집을 갖게 된다.


이 집이 특별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유지 치고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건물 설계와 인테리어는 부부가 해외여행을 다니며 마음에 드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온 뒤, 적용시켰다는 점이다.

이 집은 대문이 따로 없다. 마당에 들어서면 왼쪽에 서부 영화에서처럼 총잡이가 튀어나올 것 같은 차고가 있다.  차고 측면에 '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다섯 사람이 말을 타고 강을 질주하는 모습이다. 주인 내외와  명의 자녀들을 함께 그린 주인아저씨의 작품이다.

마당 한가운데는 잘 자란 잔디가 단정하게 깔려 있고, 온갖 식물들이 빼곡히 심겨 있어 작은 식물원에 온 느낌이다.  독일 작가의 작품이라는 조형물도 있었는데, 피아노 치는 사람의 형상이다. 그 옆으로 지하수를 끌어 와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미니 풀장도 마련되어 있다. 장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음악 분수처럼 아름다운 분수가 춤을 춘다.

때마침 큰 느티나무 위에 나무집을 짓고 계셨는데, 주인아저씨는 인부 두 사람을 데리고 작업을 진행하고 계셨다. 직접 설계를 하고, 재료도 구입하고, 무슨 색을 입힐까 고심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완성되면 나무 위의 집에서 두 분이 앞마당을 내다보며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까 생각하니 마냥 부러웠다.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풍경이 내 눈앞에서 펼쳐, 집을 둘러보는 느린 발걸음마다 모두 힐링이 었다.

느티나무 옆에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있어서 그 건물도 별채인 줄 알았다. 뜻밖에도  화장실이었다.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해외여행 중 어느 건물을 본떠 만들었다고 했다. 이 집 화장실이 특별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남녀 화장실 각각 들어가 보면 공통적으로 두 칸씩 있는데, 칸마다 변기 옆 공간에 전신 거울이 붙어 있는 탈의실이 있다.  두 분이 7년째 부부댄스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계시기 때문에 회원들이 편안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배려한 공간이다.

집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발을 딛는 곳이 널찍한 연습장이다. 전신 거울과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댄스 플로어. 그곳을 지나면 유럽풍 복층으로으로 된 살림집이 나온다. 주방과 연결된 문으로 나서면 가든파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원,  등나무 아래서 바비큐도 즐길 수 있다.

정원 주변 담장에는 키 큰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줄줄이 심어져 있고, '핑크 하우스'라 부르는 작은 집은 메타세콰이아 나무 한 그루가 집안에 뿌리내린 채 지붕을 뚫고 자라고 있다. 문을 열자 방 안에서 나무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테이블을 짜 그곳에서 책을 읽어도 좋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다. 나무 기둥 옆으로 파릇파릇 돋아난 이파리들을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집안에 자리 잡고 있는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조차 집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늘 아름다운 집을 유지하기 위해 주인은 또 얼마나 부지런히 관리를 했을까. 손님들 눈에는 꽃이 먼저 보이고, 주인 눈에는 뽑아야 할 잡초가 먼저 보인다고 했다. 관리인을 따로 두지 않고 소일거리  삼아 집을 가꾼다고 하니 참으로 근면 성실한 분들이다.

매일 아침 노부부는 찻잔을 마주한 채 고운 햇살을 머금은  꽃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여보! 여기가 우리 집이야."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는 영화 노팅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벤치 등받이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000와 000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기에 살고 있네. 꽃과 바람, 눈과 비 그리고 마니산 저 편 노을이 질 때까지

"지금은 `여기에 살고 있네 `라고 쓰여 있지만 만약 우리가 죽으면 '여기에 살았었네'라고 고쳐 써야겠지."


주인아저씨의 말 끝이 흐려졌다. 아저씨는 어느 순간 스스로 나이가 멈춰버린 것 같지만, 몸은 나이를 속일 수 없다고 했다. 여생을 준비하며 아직은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들에게 한마디 덧붙이셨다.


"세상 사는 거 별거 없더라. 뭐든지 새롭게 도전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겁게 사는 거지."

다음에는 해 질 녘에 와서 노을도 보고 예쁜 조명들이 어우러진 집도 구경하고, 바비큐도 하자고 했다. 멋진 집이 부러운 마음도 컸지만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둥지새삼 애착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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