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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Jun 19. 2019

수영장 일기

물 밖에서  만나면-2019.6.14

수영장에 입장하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먼저 샤워장에서 깨끗이 몸을 씻수영복을  입는다. 수모 수경을  착용한 다음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수영복 디자인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영복을 입은 모습은 비슷비슷다. 일단 수모를 쓰면 머리 모양을 알 수 없어서 누구인지 식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 얼굴을 익히기 전까지, 그 사람이 입 수영복으로 기억하곤 다. 리서  수영복만 봐도 단번에 누구인지 알아챈다. 

   

여자들의 세계에서 만큼 친하지 않고는 목욕탕을 같이 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수영장은  본의 아니게 상대의  훌러덩 벗은 몸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고, 언제나 서로의 민낯 보며 수영한다. 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수영장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쉽게 친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돈독해진다.


가끔 수영장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구인지 잘 못 알아볼 때가 있다. 수영복 차림의 이미지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낯설기도 하지만 반전 매력이 느껴져 흥미롭기도 하다. 여기서 남자들은 화장을 하지 않으니 예외가 되겠다.


수모 속에 숨겨둔 머리카락이 빛을 보고, 민낯에 고운 색깔들이 음영을 주면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다. 옷은 워낙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니 옷차림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며칠 전, 친한 사람들끼리 치맥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일 끝나고 잠깐  참석했는데 수영복 차림에서 짐작할 수 없는, 모두들 새로운 모습이었다.  물속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다양한 삶의 방식을 공유했다.


 무엇보다 모임원들을 단단하게 묶어 준 것은 수영이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한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 같다. 까운 곳에 모여사는 이웃이기도 하니, 특별히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더 오랫동안 만날 수 있다. 애써 꾸밀 필요 없이 서로의 민낯을 라보, 이따금 시원한 맥주 한 잔씩 마실 수 있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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