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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Dec 19. 2016

기억 그리고 정리

일상의 메모No.8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단풍  하나, 부는 바람에 떨어질듯 말듯. 지금이 딱 그 순간이다. 한 해의 끝자락 12월이라는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준비 중인 우리들. 불어대는 바람이 야속하지만, 숙연한 마음으로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새해에 품게 될  꿈보다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본다. 2016년 새해 첫날은 무얼했으며, 어떤 꿈을 품으며 시작했더라? 2월은? 3월은? 4월은...수 많은 날들 내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또 난 그 일들을 겪으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난 행복했을까? 슬프고 힘들었을까?


더듬더듬 기억회로를 건드려본다. 오호! 또렷한 기억도 몇 있다. 아! 하지만 나머지는
다 흐릿하거나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하긴 어제 일도 기억 못 하는 내가 첩첩 과거 일을 어찌 기억하겠는가. 요럴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단, 드문드문 기록해둔 일기와 일정표, sns, 그 다음은 함께 보냈을 가족들의 기억을 보탠다. 특히 남편의 기억회로를 많이 빌려와야 한다. 이 남자는 신기하리만치 기억을 잘한다. 비법은 그 일이 일어날 당시의 상황을 하나씩 연결시키는 것이다. 마치 퍼즐조각을 하나씩 찾아 꿰맞추다 보면 전체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나는 워낙 퍼즐도 잘 못 맞춘다. 따로 떼어 놓은 조각조각을 연결시키는 것이야 말로 내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과거의 일들에 대한 상황을 떠올릴만한 기억 조각들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어쨌든 아직은 열흘 정도 시간이 남아있다.혼자 조용히 일년을 떠올리며 2016년도 미련없이 보내 주기로 하자. 그러고도 기억날듯 말듯 아득하다면 12월 31일 밤, 가족들과 함께 와인잔이라도 부딪치며 수다를 떨어봐야 할 것 같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일은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은 시원하게 날려버리기로 하자.
'지금은 나의 지나간 시간들 정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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