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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Jul 13. 2017

배려와 오지랖 사이

일상의 메모 No.9

앞서 가는 청년의 가방이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청년은 자기 가방이 열린 것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슬쩍 지갑을 빼 가도 모를 것 같았습니다. 본능적으로 열린 가방에 자꾸 눈이 갔습니다. 아무도 말 해주지 않기에 저는 용기 내어 말했습니다.


ㅡ저기요! 가방이 열렸어요.


청년은 제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웬 참견이냐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ㅡ......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쪽은 오히려 저였습니다. 얼마나 무안하던지요.


입장이 바꼈다면 아마 저는


ㅡ어머머! 감사합니다.


약간의 호들갑을 떨며 고맙다고 표현했을 것 같았거든요.


그 청년은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여전히 가방을 닫지 않고 덜렁덜렁 열어둔 채로 말입니다. 뭐! 제 가방도 아닌데 내버려둘 걸 그랬나 봅니다. 돌아선 뒤에 `에잇, 소매치기나 당해라!' 하고 속으로 외쳤지만, 못내 열린 그  가방이 걱정됐습니다. 이게 무슨 오지랖인지요.


예전에 엄마가 모르는 사람들한테 친숙하게 대하면, 정말 창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알지도 못 하는데 왜 말을 걸지? 남이 그러거나 말거나 왜 신경쓰는 거지? 매번 엄마의 행동에 불만이었습니다.  제 딸이 같이 있었다면 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렸겠죠.


"남의 일에 신경 꺼요. 되레 욕 먹는다니깐요!"


어딜 가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엄마같은 사람, 아니 저같은 사람들이 많지요. 그 사람들이 용기있게 말하는  것은 나름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불쑥 내 일에 대해 알은 채 한다면, 고마워하진 않더라도 무시하거나 불쾌한 표정은 보이지 말아야겠죠? 남의 일에 무심한 것이 미덕은 아닌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점점 그렇게 변해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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