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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Mar 04. 2018

커피, 조금은 알고 마시자

-책, <I LOVE COFFEE and CAFE>

카페 책꽂이에서 ‘I LOVE COFFEE and CAFE'라는 책을 발견했다. 10여 년 전에 발행된 책이었다. 커피 맛도 잘 모르면서 커피 마시는 것을 즐겨왔던 내가, 카페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책을 발견하는 순간 내가 꼭 읽어야 될 것 같아서 빌려왔다. 저자는 드라마 ’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의 커피 선생님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이동진이라는 사람이다.


 책 내용은 4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 커피 기본 추출법 및 스킬,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커피 레시피, 카페 오픈 스토리로 구분된다. 전반적으로 쉽게 설명되어 있고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도움은 되지만, 실습 없이 이해하기란 한계가 많이 느껴지는 내용들이다. 책을 읽고 나서 첫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역시 나는 커피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는 사람이었구나'였다. 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레시피가 있어서 놀라웠다. 마지막 4번째 파트에서는 카페 오픈 결심부터 오픈 후 성공하기까지의 노하우를 보여준다.  

작가가 책 앞부분에서 언급한 대로 바리스타가 되는 일이나 카페를 차리는 일은 낭만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되었다. 언젠가 나도 커피 향기와 재즈 선율이 흐르는 예쁜 카페의 주인이 되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에 대한 애착이나 고민도 없이 그저 막연하게 낭만적인 모습만 상상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얼마나 많은 카페들이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카페들이 폐업을 하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하고 있던가. 다른 사람의 실패가 나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나 또한 실패한 그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바리스타가 되거나 카페를 차리는 일은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우아한 일이 아니다. 그 어느 직업 못지않게 투철한 직업정신과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제대로 된 지식과 공부 없이 섣부르게 덤벼들었다가는 참담한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커피 선배로서 이런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p10 발췌)

작가의 집필 의도가 참 마음에 든다. 카페 창업을 무작정 권유하기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일거리가 많아서 체력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결론은 카페 창업에 분명한 뜻이 있고,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처럼 무지하고 환상만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 중에서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인스턴트커피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단 한 번도 궁금증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인스턴트커피는 일단 커피를 볶아서 분쇄한 원두커피를 액상 상태로 추출한 뒤 각종 첨가제와 향미 성분을 섞어 동결 건조한 것이라고 한다. 가루로 된 커피에 물을 타면 금방 녹기 때문에 1901년 미국에서 붙여진 이름도 ‘솔루블 커피(Soluble Coffee, 물에 녹는 커피)라고 붙여졌다.

  

커피 원두의 품종은 식물학적으로 200~300종에 이른다는 것과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품종 중 70%가 아라비카라고 한다. 아라비카 품종이 병충해에 약해서 품종 개량된 것들이 콜롬비아의 수프리모, 멕시코의 알투라, 과테말라의 안티구아,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 하라, 시다모, 하와이의 코나 등이다. 아라비카라는 말이 커피의 품종을 뜻한다는 것도, 생산지마다 저렇게 다양한 개량 품종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얼마 전에 일본 여행 중 들렀던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가 전부 다 '코나'였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생산지가 하와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탈라이 사람들은 강렬한 향미가 나는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미국 사람들은 연한 커피를 즐긴다고 한다.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미국 사람들이 즐겨 마신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아메리카노 대신 캐나디아노(Canadiano)라고 부리기도 한다니 참 재미있다. 마키아토(Macchiato)라는 말은 ‘점을 찍다’라는 뜻의 ‘마크(Ma가)와 어원이 같고 커피에 흰 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카푸치노(Cappuccion)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 카푸친 수도사들이 쓰던 흰 모자가 마치 커피에 얹은 우유 거품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원도 모르면서 커피 마니아인 것처럼 행세했는데, 뒤늦게라도 책을 손에 든 건 잘한 일이다.   


 그 밖에도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드는 과정인 로스팅(Roasting), 서로 다른 개성의 커피를 섞어서 새로운 맛을 내는 기술인 블렌딩(Blending), 커피 감별사를 지칭하는 커퍼(Cupper), 원두를 분쇄하는 과정인 그라인딩(Grinding)이라는 용어도 알게 되었다. 에스프레소 만들 때 필요한 기본 도구에 대해 카페 주인은 내게 언급하지 않고 쓰임새에 대해서만 알려주었다. 몇 번 다루어 본 도구들이 책에 등장하니 무지 반가웠다. 그래서일까 도구 이름이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 포터 필터, 템퍼, 붓, 노크 박스. 도구 다루는 일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첫날에는 스팀 밀크 만드는 방법을 연습하다가 ‘치이익’ 하고 나는 스팀 소리가 너무 공포스러워 손도 못 댔다. 다음 주에는 용기를 내서 부드러운 우유 거품 만들기에 꼭 성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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