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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Nov 04. 2016

사랑이 찾아 오면

일상의 메모 No.5

수시로  울려대던 내 카톡이 어느  날부터 침묵이다. 요맘때면 어디야? 뭐해? 언제 와? 하고 똑똑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손가락 끝으로  휴대폰 패턴을 풀었다 잠갔다 한다.


"내 친구들은 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나만 없는 거야?"

"친구들이 연애 이야기 할 땐 나만 빼고 지들끼리 소곤거려!"

"나도 연애하고 싶다."


이렇게 종알거리던 아이가 사랑에 빠졌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아이의 사랑도 조금씩  깊어가는 듯하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사랑이 찾아오자 아이한테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일단 자신의 푸념을 내 앞에서 하지 않고, 일찍 집을 나서고 늦게 들어온다. 그래서 얼굴 마주 할 시간이 별로 없다. 간혹 일찍 오는 날에도 좁은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봐야 찾을 수 있다. 어디선가 조용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통화를 하고, 지쳐 잠들 때까지 카톡을 주고 받는다. 눈 뜨면 또 만나러 가는데도 말이다.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캠퍼스커플이 너무 많더라며 자기는 절대 캠퍼스 커플은 되지 않겠다고 말한지 7개월만이다.


저 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누군가를 맘 놓고 사랑할 수 있어서 아름답고, 그 사랑의 에너지에 압도되어 날씬한 몸매로 변신도 하고, 그릴 줄 모르던 아이라이너를 잘 그리게 되어 화장도 제법이다. 향기나는 여인으로 변해가고, 힘든 하루가 꿈길을 걷는 것과 같고, 함께한 시간들이 눈부시게 기억될 것이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같이 기뻐해야 하는데, 왜 자꾸만 불안해지는지 모르겠다. 영원할 것 같은 뜨거운 사랑이 언젠가는 식어버린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지금 당장 곁에 없으면 곧  죽을 것처럼 미친듯이 소식을 주고 받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이런 말을 툭툭 던진다.


"조금은  아쉬워야 하지 않겠니? 그만하고 자라."

"만나면 카페에 앉아 있지만 말고 산책하기 좋은 데 가서 좀 걸어 봐."

"미술관이나 공연도 좀 보러 다니고."

"책도 좀 보고 신문도 좀 봐라. 남자친구랑 대화할때 이야기거리가 좀 있어야지."


이런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아주 간결하다.

"예~예~어머니!"


세상도 너무 빨리, 사랑도 너무 빨리 돌아간다. 여백이 필요하다. 참고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더욱 그리워할 시간, 서로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


불행하게도 아이의 남자친구는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달콤한 맛이 조금씩  쓴맛으로 변해갈 차례가 된 것 같다. 이것 또한 반드시 맛 봐야 할 것이니 따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한다.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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