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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Jan 07. 2022

고집불통 청개구리

1장.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마침 약속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서 진행하는 서점 창업 강의가 있었다. 서점은 워낙 좋아하니 재미로 한번 들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서점 ‘51페이지’의 대표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서점이 꼭 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약속장소로 이동하는 대신, H에게 내가 있는 카페로 곧장 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간만에 재미있는 구상을 하느라 바빠서 자리를 옮기는 일로 정신을 흩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H가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다정한 인사 대신 노트의 한 페이지를 들이밀었다. 기다리는 사이 이것저것 신이 나서 적어놓은 메모이자 최초의 책방 기획이었다. H는 나와 오래 교제하며, 내가 새로운 동네에 갈 때마다 가까운 서점을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방을 한다는 건 나와 잘 맞는 일 같다고, 재미있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아마 이때까지만 해도 노트에 적힌 글이 모두 낙서와 몽상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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