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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Jan 20. 2022

쇠붙이부터

3장. 서서히 알아가는 것들






매주 만나 줄을 튕기면서 우리는 끝내 '여수 밤바다' 한 곡을 다 연주했다. 기타를 치는 밤뿐 아니라, 글을 쓰는 밤, 그림을 그리는 밤, 책을 읽는 밤도 차곡차곡 쌓였다. 돼지 저금통에 넣을 땡전이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이, 쇠붙이부터 구하고 거푸집을 만들어가는 나날이었다. 동전은 무척 천천히 만들어졌고, 돼지 저금통의 배는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들어본 빨간 돼지의 무게가 제법 무거워진 것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밤들이 무거워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타로 한 곡을 완전히 연주한 날뿐 아니라, 완성된 글의 양이 쌓인 날도, 그림체가 만들어진 날도, 책꽂이를 한 층 더 올려야 하는 날도 왔기 때문이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1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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