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비틀거리는 날들
그러나 매일 야근을 한다고 느꼈다면 진작 모임을 축소하거나 중단했을 것이다. 같은 것을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시간에만 존재하는 힘찬 기운이 있기 때문에 나는 모임이 좋다. 그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오래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신명'이라는 단어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명'은 '흥겨운 신이나 멋'을 뜻한다. 완벽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결국에 책이나 영화, 악기나 그림을 만지면서 이야기하는 일이란 어떤 부분이 멋있는지 혹은 왜 멋있지 않은지 이야기하다가 그 의견이 같거나 달라서 신이 나버리고 마니까. 신이 나면 시간이 잘 가고, 그러다 보면 아무도 모르게 밤이 깊어지니까.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