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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Jan 23. 2022

불청객

4장. 비틀거리는 날들




그 사람은 키가 크고 표정이 어두웠다. 책방을 열겠다고 부수고, 쓸고, 닦을 때부터 본 사람. 정체불명의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책방 문 앞을 오래 서성였다. 짧고 굵었던 준비 기간에는 너무 바빠 한두 번 눈에 걸려도 넘기고 말았지만 오픈을 하고 나서부터는 그 사람의 눈길이 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매주 한두 번씩, 느지막한 오후가 되면 그 사람은 슬쩍 사람도 없는 이 4층에 나타나 책방 문 앞을 오갔다. 계산대에 앉아 있노라면 장신의 까만 그림자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눈앞을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책방 휴무를 손님 수와 상관없이 그가 자주 찾는 수요일로 정했다. 하루라도 그 사람의 눈길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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