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비틀거리는 날들
그는 어떻게 해서든 내일을 움직일 전기를 만들어야 했으나, 몸과 마음을 돌리는 발전기는 과부하가 걸려 있었다. 망가진 발전기를 품고 집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찾은 곳이 책방이라니. 나는 한편으로 그의 선택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술집에 가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취해버리고 다음 날 헐레벌떡 일어나거나, 일찍 귀가하여 두 시간을 더 자는 것 중에 하나를 택하는 편이 발전(發電)에는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가 해봤는데요, 뭘 토로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그런 체념의 말을 혀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굴렸다. 결국 입 밖에 내진 못했지만.
그러부터 한참 뒤 돌연, 나는 그 어떤 계기도 이유도 없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내가 품고 있던 발전기도 완전히 고장이 나 있었다는 걸.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