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비틀거리는 날들
운동회를 마치고 각자 받은 선물들을 책상 위에 차곡차곡 쌓아둘 때마다 나는 휑하고 단출한 책상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다는듯 고개를 꼿꼿이 들고 집에 갈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런 하굣길에는 놀이터의 정글짐을 겁 없이 올라가는 아이들을 조금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학원에 가서 문제집을 푸는 일이 속 편했다. 내겐 그쪽이 인정이나 칭찬을 받기에 더 편리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나무 그루터기들을 두려워하던 줌파 라히리 같은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가 곁에 있었다면 유난히 날이 좋던 운동회에서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을까.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