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은 Jan 24. 2022

훈련이 필요한 일들

4장. 비틀거리는 날들




운동회를 마치고 각자 받은 선물들을 책상 위에 차곡차곡 쌓아둘 때마다 나는 휑하고 단출한 책상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다는듯 고개를 꼿꼿이 들고 집에 갈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런 하굣길에는 놀이터의 정글짐을 겁 없이 올라가는 아이들을 조금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학원에 가서 문제집을 푸는 일이 속 편했다. 내겐 그쪽이 인정이나 칭찬을 받기에 더 편리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나무 그루터기들을 두려워하던 줌파 라히리 같은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가 곁에 있었다면 유난히 날이 좋던 운동회에서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을까.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141




이전 19화 발전(發電)과 발전(發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