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은 Jan 21. 2022

인풋과 아웃풋

4장. 비틀거리는 날들




이상한 것은 컵라면을 다 끓이고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려고만 하면 '딸랑' 하고 책방 문이 열린다는 점이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명확한 목적 없이 온 듯하고, 오래오래 책과 책방을 구석구석 구경하다 찾는 책이 없는 모양인지 빈손으로 책방 문을 나선다. 그사이 뜨거운 컵 속의 국물은 사라진 채 뚱뚱하게 변해버린 우동 면발로 가득하고, 나는 '이렇게 오래 둘러보고도 책을 사지 않는 손님이 있다는 건 책방에 큰 하자가 있다는 뜻 아닐까?'라는 생각에 쭈그러든다. 그러면 정말, 정말로 이상하게도 하늘을 향해 치솟던 허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부피를 한껏 불린 음식물 쓰레기만 만들고 마는 것이다. 컵라면을 먹는 날의 팔할은 이런 식으로 상황이 종료된다. 이건 분명히 하나의 과학 법칙이다. 컵라면의 법칙.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p.114-115

이전 15화 쇠붙이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