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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Jan 28. 2022

겹과 겹

5장 오가는 사람들



그 외에도 여러 손님이 떠오른다.

키가 크고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던 한 남자분이 이보다 더 달달하기 어려운 연애 일러스트 책에 폭 빠져서 독서를 하던 밤, 그러다 말고 참을 수가 없다며 같은 시리즈의 2권까지 사서 다 읽고 가던 날, 시크한 과학도인 줄로만 알았던 손님의 애교를 목격한 날, 늘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수줍게 웃곤 하던 여리여리한 발성의 소유자가 페미니즘을 힘차게 외치던 날, 긴 생머리를 하고 그윽한 눈웃음을 띤 채 꽃 한 다발을 들고 조용히 책방을 오가던 분이 소주 몇 병을 우습게 마시고도 싱그러운 눈웃음을 잃지 않던 날까지.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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