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무너진 미래를 향해 외치는 청춘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꿈꿀 수 없는 무너진 사회 위로 지어진 꿈을 담은 모래성.
풀리지 않는 분노와 이유 없는 반항에 무너져 내린 서로를 향한 존중.
그렇게 결국 망가지다 못해 무너진 사랑.
이 시대는 많은 것이 무너졌다.
평일 저녁 6시 수도권 지하철의 네모 칸 속 담겨있는 우리의 현재는 이렇다.
고찰 없는 고뇌에 온종일 달려온 인간들.
영혼 없는 표정 그리고 시체와 같은 눈동자.
고개 든 이 하나 없이 떨궈진 회색빛 시선.
두발이 묶인 채 날개마저 잘려버린 하루살이들.
깊은 우물 속 고인 채 썩어가는 증오와 분노의 감정들.
곧이어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면 먼지 낀 환풍기가 돌아가듯 인간들이 순환한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어느 정도 사람들이 걷히자, 수많은 인파에 묻혀 가려져있던 노약자석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에게 머리와 어깨를 기댄 채 잠에 든 한 쌍의 노부부 모습이 보인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듯한 각자의 낡은 지팡이.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검은색 플란넬 원피스와 강렬한 빨간색의 플랫슈즈.
터질듯한 할아버지의 배를 지탱해 보려는 청량한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
깊게 파인 팔자 주름과 힘 없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꺼풀.
세월의 무게를 나눠지고서 여태껏 걸어온 그들의 시간은 과연 어떠했을까.
모두가 홀로 서 있는 차가운 지하철 내 공기는 아주 잠시 온기를 품어본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사랑뿐이라는 것을.
설령,
그것이
아무리 무너진 세상 속
사랑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