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이 울렸다.
벨마가 시끄럽게 짖으며 현관으로 달려갔고 루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른 아침, 아버지는 이미 집을 나선듯했고 집 안은 조용했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현관으로 걸어가며 그녀를 진정시킨 뒤 문을 열었다.
토마가 서있었다.
그는 목에 새하얀 수건을 두르고 한 손은 자전거를 받친 채 벽에 기대 서있었다.
루이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두 눈을 비비며 그에게 말했다.
"토마?"
"자전거 타러 가자, 루이!"
뜬금없는 그의 제안에 당황한 루이는 대답을 망설였다.
토마는 그런 루이의 반응에도 한동안 침묵으로 그를 기다렸다.
벨마 역시 루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침을 흘리며 둘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4시 전에는 돌아와야 해.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시간이거든."
"좋아. 4시 전까지, 확인."
토마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로 돌아 자전거를 끌고 걸어갔다.
루이는 문을 닫고 들어와 벨마의 아침을 챙겨주고 옷을 갈아입었다.
목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하얀색 반팔 티셔츠
무릎 아래로 툭 떨어지는 애매한 기장의 검은색 반바지
알 수 없는 모양의 자수가 새겨진 빨간색 야구모자
마치 새로 산 듯 작은 상처나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한 상아색 스케이트보드화
루이는 벨마의 머리를 두어 번 세게 쓰다듬어주고 집을 나왔다.
저 멀리 토마는 허공을 바라보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는 뒤뜰에 있는 자전거를 꺼내와 토마에게로 걸어갔다.
"어디로 가려고?"
루이가 물었다.
"글쎄. 가고 싶은 곳 있어, 루이?"
루이는 고개를 저었다.
"흠, 그럼 그냥 날 따라와. 자전거를 타고 싶은 것뿐이니까."
토마가 말했다.
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바퀴가 굴러가는 데로 자전거를 몰고 나갔다.
시내 이곳저곳과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거리를 활주했다.
루이는 그저 그를 뒤따라 달릴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처 없이 배회했다.
둘 사이의 대화라고는 부딪히는 바람이 내는 소리가 전부였다.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자 토마가 먼저 속도를 늦췄고
뒤이어 로이 역시 횡단보도 앞에서 자전거를 나란히 멈춰세웠다.
둘은 순간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레 가벼운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때 루이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토마 역시 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서둘러 짧은 반팔을 잡아당겨 오른팔을 가렸다.
곧이어 신호가 바뀌었고 또다시 그들은 말없이 한동안 거리를 떠돌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공장 건물 앞에서 달리기를 멈추었다.
강가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래된 폐공장이었다.
루이와 토마는 자전거를 인도 위에 세워두고 잠시 길가에 앉았다.
루이는 토마의 오른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에게 물었다.
"어제...?"
그가 가리킨 것은 여러 개의 멍 자국들이었다.
"응."
토마는 뜸을 들이다 마지못해 대답했다.
"이유가 뭔데?"
루이가 말했다.
"아빠한테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그렇게 된 거야, 어느 순간."
토마가 말했다.
"아팠겠다."
루이가 말했다.
"뭐, 조금...? 근데, 괜찮아."
토마는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 나서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큰일 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잖아? 빨리 가자, 루이. 늦겠어."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를 훌쩍 넘은지 오래였다.
"뭐해! 일어나지 않고. 4시 전까지 가야 한다며."
토마가 말했다.
"잠깐만. 조금 더 있어도 될 것 같아."
루이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 오시기 전에 가야 되는 거 아니었어?"
토마가 말했다.
"괜찮아, 오늘은. 한 7시까지?"
루이가 말했다.
토마는 루이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는 표정의 변화 없이 앉은 자세를 유지하며 강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토마는 그의 표정을 읽은 듯 루이에게 말했다.
"좋아. 7시까지, 확인."
루이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워둔 자전거에 다시 올라타 달릴 준비를 했다.
거리는 한적했고 몇몇의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만 존재할 뿐이었다.
"루이."
토마가 말했다.
"응."
루이가 대답했다.
"괜찮다면, 내일도 같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토마는 루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든지."
루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에게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루이는 토마를 뒤로한 채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곧이어 토마 역시 그를 뒤따라 자전거의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도로의 끝, 강가를 향해 달렸고 내리막길에 다다르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잡이에서 두 손을 떼어내 양팔을 활짝 벌렸다.
.
두 소년은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