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죽음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 생각했다.
대단한 철학이 담겨야 하고 다른 이들의 것보다 더욱 거대해야 하며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소유해야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어느새 또 망각해버린 인간이기에 늘 헤매는 것일 수도 있다.
며칠 전, 행복이란 놈과 다시 마주하기 전까진 그랬다.
그놈은 아주 잠시 내 곁에 머무르다 사라지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그리고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빌딩 숲 사이를 걸어 나와 대로변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를 나타내는 옷을 입고 길거리를 배회했다.
누군가는 무리를 지어 다녔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라도 즐기려는 듯 보였다.
무채색의 양복을 입고 담배를 태우는 한 무리의 회사원들
유니폼을 입고 한 손에 커피를 사든 채 걸어가는 병원 사람들
이어폰을 꽂고 계단에 걸터앉아 있는 요구르트 아주머니
군장처럼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여러 명의 학생들
그들 모두는 각자가 속한 부대를 지키는 전쟁터의 병사들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진짜 병사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같은 거리 위에 위치한 카페 한 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때마침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나는 한동안 그 노래에 사로잡혀 거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저 가만히 서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때,
군중의 틈 사이로 깊은 고요함이 몰려왔다.
고요에 사로잡힌 감정의 얕은 파도가 물결쳤다.
나는 아주 잠시 동안 그 물결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짧은 멜로디로 시작된 얇은 선율의 노래가 내게 행복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노래는 끝나버렸고, 나는 두 눈을 번뜩이듯 떴다.
여전히 같은 풍경의 빌딩 숲과 각자의 전장을 거니는 병력들이 보였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식당으로 향했다.
그날 점심, 나는 자주 가는 카레집을 방문했다.
사장님은 옅은 미소로 나를 반기며 말없이 메뉴를 준비하셨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컵에 물을 따르고 수저와 젓가락을 세팅했다.
곧이어 내 앞으로 정성스레 만들어진 카레 한 그릇이 전달됐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잊고 있었던 삶의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행복의 문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둘째. 행복이란 이상은 되레 낮은 곳에 존재한다는 것.
셋째. 행복의 가치는 그 누구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내게 있어 행복이란,
내 취향과 딱 맞는 노래 한 곡을 찾았을 때,
내 입맛과 딱 맞는 음식 한 끼를 먹었을 때,
내 성격과 딱 맞는 사람 한 명을 만났을 때,
내 철학과 딱 맞는 영화 한 편을 보았을 때,
그때,
살며시 찾아오는 것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