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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Nov 01. 2024

휘청거리는 밤

그런 밤

밤이 휘청거리는 탓에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나를 잠 못 들게 계속 휘청거리는 밤에게 한소리 해보지만 밤은 내게 이렇게 답한다.


‘휘청거리는 건 내가 아니고 너야’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힘들고 궂은일도 씩씩하게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모습을 비춰주던 거울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산산조각 깨져버렸다.


‘너 정말 안타깝다.’


그 말 한마디가

이 세상에서 날 가장 외롭고 불쌍한 아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래 어쩌면 그 말이 맞아.

어쩌면 애써 내가 외면해오고 싶었던 현실을 봐버린 걸까.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나를 쥐고 흔들었다.

나는 그래서 밤새 휘청거렸나 보다.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과

내가 겪는 고통의 실체를 마주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한참을 휘청거리던 나는 이내 잠시 주저앉아 울어보기로 한다.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울어버리고 나니

깨진 거울 속에 내가 보인다.


‘나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 지금은 힘들어’


그래도 이번엔 거울 속의 나를 그대로 두지 않기로 했다.

나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 나를 힘껏 안아주었다.

밤 지새는 내내.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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