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갔데
서늘해진 새벽 공기에 스르륵 눈이 떠졌다.
여름 이불이 한껏 움츠러든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안아주었는데
그 온기로는 부족했었나.
비슬비슬 일어나 겨울 이불을 하나 꺼내와서는 다시 잠을 청해 본다.
그러다 문득 여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옆에 있을 땐 몰랐는데
가고 나니 여름의 빈자리가 서늘하다.
있을 땐 얼른 가라고 재촉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더 있다가지… 싶기도 하고.
여름이 가고 나면 해가 짧아지고
두꺼운 옷들이 누르는 무게가 싫어서
추운 것보단 더운 게 낫지 라며 늘 여름 편을 들어주던 나였다.
그래서일까 훌쩍 떠나버린 여름에 더 미련이 남아버렸다.
유행 따라 사 본 짧은 크롭티도
매번 품절이라 어렵게 구한 샌들도
냉동고 속 쟁여놓은 아이스크림도
왜 더 자주 찾아주지 않았냐며 아우성이다.
그뿐만 아니다.
여름이 안겨줬던 기쁨들은.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수박, 달콤한 초당옥수수, 그늘에 앉아 즐기던 선선한 바람, 에어컨을 켜면 상쾌해지던 그 느낌까지.
여름에는 그 한줄기 바람도 소소하게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는데 말이지.
아! 에어컨 청소해야지.
다음 여름을 맞이할 생각을 하며 서둘러 눈을 감았다.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