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선잠
"엄마 나 바지에 쉬한 것 같아"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새벽 2시에 누군가가 날 깨운다면 분명 당황하고 화가 날 시간이지만
아이의 목소리는 내 몸 안의 모든 세포들을 부드럽게 깨운다.
분명 깊은 잠에 든 것 같았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난 선잠을 자고 있던 사람처럼 금방 깬다.
젖은 이불을 정리하고 아이를 씻겨주고 새 옷을 입혀주고
아이와 다시 누워 아이의 등을 토닥여준다.
"괜찮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엄마도 아기 때 그랬어."
"엄마도 아기 때가 있었어?"
아이는 질문을 던져놓고는 다시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나 질문은 내게 내려앉더니 오래된 추억하나를 소환한다.
유난히 겁이 많던 어린 시절에 나는 자다가 화장실을 가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겁도 많았지만 어두운 방 안을 지나 화장실까지 가야 하는 길이 그 당시에는 너무 멀어 보였다.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
새벽 몇 시던 침대에 누워 그렇게 엄마를 부르면 엄마는 일어나서
날 화장실로 데려다주고 그 문 앞에 앉아 날 기다려주셨다.
단 한 번도 왜 깨우냐고 혼을 내시거나 아직도 화장실을 혼자 못 가냐고 핀잔 한번 주지 않으시던 엄마.
그 엄마의 사랑이 내게 고스란히 남아 있던 걸까.
다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칼을 여러 번 쓸어 넘겨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다시 잠든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아이와 함께 깊은 선잠을 잔다.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