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밤
어른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나서
내 눈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어깨에 얹어진 짐.
그 짐이 애초에 누구의 것이었는지
누구의 것이어야만 하는지 알 길이 없기에
어느 누구도 그게 왜 내 어깨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그 짐을 얻고 가다가 끝내 목적지까지 도착하거나 중간에 쓰러지거나 아니면 냅다 도망가버리거나.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한들
그 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짐은 또다시 누군가에 어깨에 올려진다.
우리는 어렴풋이 짐은 한시도 결코 바닥에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짐 덩이들은 이 사람에게 저 사람에게 옮겨 다닌다.
짐이 잠시라도 없어진다면 기뻐할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짐이 없어진 자들은 잠시 기뻐하다가 다시 주섬주섬 짐을 찾아 어깨에 얻는다.
마치 절대 어겨선 안될 규칙을 어긴 것처럼 말이다.
짐이 없어진다면
우리는 가벼워질 것이고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존재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