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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Sep 26. 2024

어른이라고 불리는 자의 밤

그런 밤

어른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나서

내 눈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어깨에 얹어진 짐.


그 짐이 애초에 누구의 것이었는지

누구의 것이어야만 하는지 알 길이 없기에

어느 누구도 그게 왜 내 어깨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그 짐을 얻고 가다가 끝내 목적지까지 도착하거나 중간에 쓰러지거나 아니면 냅다 도망가버리거나.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한들

그 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짐은 또다시 누군가에 어깨에 올려진다.


우리는 어렴풋이 짐은 한시도 결코 바닥에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짐 덩이들은 이 사람에게 저 사람에게 옮겨 다닌다.


짐이 잠시라도 없어진다면 기뻐할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짐이 없어진 자들은 잠시 기뻐하다가 다시 주섬주섬 짐을 찾아 어깨에 얻는다.

마치 절대 어겨선 안될 규칙을 어긴 것처럼 말이다.


짐이 없어진다면

우리는 가벼워질 것이고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존재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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