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싫은 밤.
그런 밤들은 보통 내일이 오는 게 달갑지 않은 날의 밤들이었다.
내일은 이랬거나 저랬거나 변함없는 시간에 올 텐데
마치 내가 잠에 일찍 들지 않으면 그 시간이 늦춰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밤이면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드는 생각들을 재우기 위해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밤을 지새우곤 했다.
가끔씩 불쑥 찾아오는 불온전한 생각들은 나의 두려움의 대상이었기에.
그런데 이런 밤에 재밌는 점이 있다.
결국 내가 늦게 오길 바랐던 내일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일찍 잠들어야 한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진실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기는 필승법이 결국 지는 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서둘러 눈을 감았다.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