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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Mar 16. 2022

31살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골목길계단에 앉아서

-26일간의 여행을 정리하며, 2016/6/ 12 ~2016/ 7/7

작가의 서랍에 담아둔 오래전 일기



제약회사에서 나와 잠시 CRO에 들어갔는데 너무 좋은 환경이었지만 나는 힘들었다.

제일 높은 보수, 환경, 그리고 워라밸이 보장된 일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두려웠다.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답답했고, 가만히 있으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나랑 맞지 않는 일로 여겨졌다. 강남의 마천루 빌딩에서 바라보는 강남도 와닿지 않았다.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달을 만들어보겠다고! 모든 원칙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그리고 후회없이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어보는거였다.



두브로브니크는 월요일이 없는 도시였다.

모든 이들에게 파티와 여유와 휴식이 있는 나라..

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는 나라

혼자보다는 가족과 커플이 더 많은 곳..

청정한 물에 물고기를 볼 수 있는 곳.

의외로 너무 친절한 사람들...

볕이 좋아 빨래도 금방 마르는 곳

환한 낮보다 밤이 더 좋은 곳...

골목길 계단에 주저 앉아 이렇게 나의 마지막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내겐 너무나도 황홀하다.

그 어떤 야경보다도... 그 어떤 순간보다도 값지고 소중하다!!



#2.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6월 12일에

되어 7월 7일로 끝나는 여행 이야기.


벅차오르는 기분... 꿈이 아니었는데 꿈처럼 그렇게 좋았고 행복했고 현실같지 않았던 눈부신 시간들..


뜻하는 만남 운명같은 그런 만남은 없었지만...

엄청 얘기하고, 나누고, 훈훈한 유럽의 정을 느꼈던 시간들.. 왜 항상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갔던 것일까?


선입견을 버리자.. 무슨일을 하기 전에 선입견은 늘 옳지 않다.

어느 정도의 배경 정보는 좋겠지만 그 선을 넘어서는 선입견은 버리자..


자그레브의 활기 넘치는 거리를 걸을 날이 다시 왔으면..

두브로니크의 성벽에 앉아 부둣가의 야경을 바라보며.. 초롱초롱 뜬 별을 기억하자.

스플리트의 빨랫줄에서 아래층의 선반에 떨어진 수영복을 찾기 위해 아래층의 초인종을 눌렀다.

화장을 무섭게 하셨지만 마음만은 따뜻하셨던 아주머니와의 짧은 대화도.


스플리트에서 야윈 고양이들에게 편의점에서 사료를 사서 밥을 먹이고

고양이 떼들이 나에게 모여들었던 훈훈한 시간들도...


비엔나의 중앙묘지에서 봤던 산자와 죽은자가 소통하는 공간, 비온 뒤 맑고 눈부시게 빛났던 아름다운

시간들도...

낯선 이들과 각국의 명소에서 통성명을 하며 아름다웠던 야경을 함께 봤던 것들도..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있던 그들과의 소통과 경계하지 않고 잠시 잠깐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했던 시간들..


아우디를 타고 세체니 다리를 건너 갔던 시간들.. 부다페스트 한인교회에서 내가 주인삼은 이란  ccm곡을 박수치며 찬양했던 시간들도, 부다페스트의 씰리야의 집에서 만들어먹었던 한국 아침밥상도..

프라하에서 바라봤던 황홀했던 야경도, 너무나 아기자기하게 아름답고 동화같던 프라하

그리고 페트라네 집 주변 산책, 밤하늘 생각이 이랬나 싶었을까? 만큼 오묘하게 빛나던 밤하늘도..


요트였는지 보트를 타고 아드리아해를 엄청난 스피드로 가로질렀던 시간들..

훈남 가이드의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바라보며 카약을 저어가던 시간들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가는데 먼저 말을 걸어주고, 내게 혼자하는 여행이냐며,

"너참 brave하다" 며 놀라던 외국인들과  이야기하던 시간들도,

헝가리 deren ferek인가 그 스타벅스에서 마셨던 완전 달달했던 아이스 라떼

그런데 다음날  다시 가서 마시니 전날 라떼는 점원이 실수인지 우연이었는지

시럽을 추가해줘서  엄청 맛있었던 걸 알았더란걸. 그래도 그 엄청 시원하고 맛있던 라떼의 맛도,


두번째 행선지였던 파이스터나우 민박집

로자 아주머니의 장미의 집과

빨간 미니밴을 타고 힌더 호수를 갔던 기억,

파이스터나우가 친근해졌던 아침 풍경이 진짜 그림같던 시간,

호수공원을 혼자 거닐며, 주구 장창 불렀던 주는 완전합니다...

린츠의 바피아노에서 먹었던 라비올라, 물건 하나 하나 사면서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받고 생필품을 뚝딱뚝딱 장만해가고... 현지인마냥 여행을 했던 나의 잠재력..


플리트비체 게스트하우스 울프의 아저씨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이내 아저씨께서

내가 하도 특이하셨는지 웃었던 모습 그리고 아침이 제공될 것이라고 믿고

나갔던 나에게 커피 한잔을 주시면서 건넸던 간단한 듯 그러나 정이 느껴졌던 빵과 커피를

집 밖 통나무에 앉아서 먹었던 기억..


먼저 오픈 마인드로 다가갔을 때 흔쾌히 다가와줬던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굴같았던 숙소에서 묵었던 시간도

땡볕에서 진이 빠져서 숨막힐 듯 덥고 땀이 비오듯 힘든 시간들도 분명히 있었고,

한국사람도 홀로 여행을 왔다는 생각에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웃어줬고, 먼저 인사를 걸어줬고, 당황했던 나에게 먼저 손을 건네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어려웠던 기억은 자연스럽게 덮혀졌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비엔나 공항, 도쿄 공항..

지금은 인천 도착 23분 전..


26일 간 정말 난 엄청 잘 놀았다. 후회는 거의 없다. 내가 소비한 금액.. 그러나 정말 값졌다. 정말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순간들이 고스란히 앞으로 미래의 힘든시간에 웃음을 짓게 하는 기억들이 자산이 될거라고 믿는다!


낯선이들과 아무렇지 않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들 여행이 주는 특권.

난 정말 잘 헤쳐갔고, 하나님의 인도해주심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즐겁고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결코 삶을 살아가며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난 분명히 깊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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