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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May 11. 2021

길냥이와 친구가 되는 시간

살아 있음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시간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한 구석, 길에서 태어나 한량없이 떠돌고 쫓겨다니는 길냥이들은 살아간다.

이런 길냥이들과 친구가 되는 시간은 나의 힐링 타임이다.


"한줌의 밥을 먹고,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곳 한켠에서 식사를 마친 뒤 그루밍을하며

눈을 지긋이 감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 천국의 표정을 짓고 있는

길냥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어린왕자에게 수만송이의 장미 중 한 송이의 장미가 그토록 특별했던 건 그 장미 꽃에게

공들인 시간 때문이었듯이.. 나 역시 이름없는 길냥이들에게 쏟은 시간과 에너지로 인해서인지

그들이 소중하고 참 특별하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깨끗한 물을 먹기 어려운 냥이를 본 적이 있는가?

영하 35도의 북극 한파와 수북히 쌓인 눈길을 장화도 신지 않고 걸어다니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작고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살금살금 걸어가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눈물이 핑 돌때가 있다.


 왜 조물주는 이렇듯 작고 우아한 길고양이를 세상에 떠돌게 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차가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바람을 쐬고 있는 고양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지어진다.

 무더운 여름 목마름과 더위를 이겨내고, 완연한 가을을 맞이하는 길냥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살아 있음에, 생(生)의 찬미가 나온다.

사실 내일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슬픈 운명일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유로운 삶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많고 많은 냥이들 중

난 우리동네의 "삼색이"를 만나는  시간이 참 좋다.


동네 냥이, 삼색이

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십년은 봐온 삼색깔의 작은 몸집을

갖고 있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내게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항상 같은 시간 어김없이 밥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좋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작은 몸을 웅크리고, 한줌의 밥을 기다리는 "삼색이"를 보고 있으면 희안하게 "위로"를 받는다. 




늦은밤 회식이 예정되어 있을때면 1차만 참석하다

옆자리 동료에게 조용히 얘기한다.

"저... 집에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가 있어서... 그만 가봐야할 거 같습니다..."

.

.

.



주말 오후, 약속을 잡는 친구의 연락에도 나를 대신해 냥이에게 밥줄 사람이 없는 날이면..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미안한데...고양이 밥을 줄 시간이어서... 밥을 주고, 만나도 될까?"

.

.

이렇듯 나의 사회 생활은 길냥이 밥주는 일로 제한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모금의 물을 마시고 오물오물 조신하게 밥을 먹고 있는

냥이를 보고 있다 보면  아등바등 살았던 인생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진다.

 

 #힐링타임

#길냥이

#에세이

#동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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