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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an 13. 2022

1월 증후군

1월 증후군이 있나보다.

왁자지껄 화려했던 연말을 보내고 난 뒤 다시 제로에서 시작되어, 한해를 채워가기 전에

찾아오는 빈마음. 허전함.


그래서일까? 반년내내 사라졌던 식욕이 갑자기 연말무렵부터 돌아오고,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이 허전함을 달래보고자 군것질로 달래보지만 기분은 깔끔하지 않았다. 은근히 이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무시했다.

새해가 되었으니, 새로워져야한다는 부담감. 무엇인가를 해야하고 쇄신해야한다는 강박관념같은것?


12월말부터 지금까지 이상하게 집중도 안되고, 어딘가가 허전하고, 좋지 않은 방향의 내 태도를 감지했다.

다짐과 계획은 하나둘 세워보지만, 나의 실행력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비효율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갖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보다, 부족한 나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서 심드렁하고, 불만이 쌓여갔다.


불행하고자 하면, 내가 없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서 그것을 바라보면 된다.

갑자기 평소에 하던 회사 일도

"또 또..이 일을 해야하는구나? 온갖 애매한 일은 다 나구나? " 부정적인 감정이 올랐다.

달라지는게 없어 보이는 이 현실들.. 나이만 먹고, 물리적으로 주름살만 생기고, 체력은 떨어지고

서글픔이 올라왔다.

나아지고 있는게 맞기는 할까? 무작정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사로잡히니, 그것만 보인다.


물론 여전히 나의 업무의 명확하지 않음이 기인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소위 누군가가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

항상 나로 귀결되는 회사의 상황에 답답함이 올라왔다. 그리고 급기야, 이렇게 일을 한다한들 뭐가 달라질까?

부정적인 생각이 잠식을 했다.

정말 한 순간에 찾아오는 울적함이었다. 불안하고 우울할 수록 핸드폰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보며,

다를 것도 없는 sns에 들락거리며, 나의 가치를 찾고 있는 모습에 뜨악했다.




분명히 이전에도 겪었던 같은 문제이다. 온갖 업무가 함께 찾아오는데 달라지는게 없다고 생각되는 부정적인 마음. 분명히 잘 견뎌냈고, 그 힘든 시기가 지나, 다시 평화를 누렸던 최근을 기억했다.


그래서 무작정, 집 주변을 걸어봤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영하권의 추위로 깨끗해진 맑은 공기가, 어둠을 밝히고 있는 전구의 불빛이 이내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줬다.

집근처만 나와도, 1킬로만 다시 내주변을 돌아봐도, 새로운 일들이 조금은 다른 특별함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같은 행동을 하며, 지레짐작을 하며, 나에게 없는 것들을 바라보며 결핍에 빠져있던 모습이 순간 다시 보였다.


행복의 비밀은 지금 나에게 있는 것에 대한 감사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가 보였다.

오늘을 다시 한번 잘 살아가기로.

그리고 진짜 힘든 시기가 찾아오면, 그리고 그 다음날, 또 다음주는 분명히 한결 더 나아진다는 것을

인생을 살아오며 배워왔다.

차가운 이별 뒤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듯,

몸살을 호되게 앓고 나면, 다시 말끔히 낫게 되듯이

추운 겨울의 끝에,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이


어려운 시기는 분명히 끝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어려움 뒤에 찾아오게 될 일들을 기대해도 된다는 것을..


그런 간단한 진리를 깨달으니, 갑자기 기운이 났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기로,

그리고 불행이 아닌 행복을 선택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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