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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an 23. 2022

썸님 로그아웃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썸

오랜만에 찾아온 연애의 감정이었다.

사소한 안부를 묻는 상대방의 연락에 혼자 들뜨고

티키타카가 되는 모처럼의 연락에

혼자 미소짓기도 하고,

1이 사라지지 않는 예상치 못한 가벼운 카톡을

보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타고 있는 나를 보자니 안타까웠다.


난 나 스스로 매우 평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썸과 연애의 애매한 어떤 감정 앞에서

내 마음은  설렘과 비례하여 불안함도 생겼다.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 따라 내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보며... 나는 연애를 하기에 너무 예민한가? 고민이 들었다.


서로가 통한다고 믿고 싶었던건지, 정말 쏘울이 통해

쌍방이 느낀 감정이었을까?

순조롭게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만남 속에서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여기고 싶을 만큼 부인할 수 없는 마음이

생겼다.

이제라도 만날 수 있는 '인연'이라면 소중한 만남으로 긍정적인 시그널로 여기고 있는 나의 현실감은 떨어졌다.

어쩌면 이런 나의 과한 태도가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커지며, 마음이 올라오면 적당히 눌러줬다.

자연스러운 행동을 억제하며 그냥 기다리고 참았다.



이번 썸의 그에게 끌린 부분은  기존과 다른 차원의

호감이었다.

뭔가 말이 통하고,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고, 깊이 없는 대화가 아닌 삶의 고민이 묻어 나는 인간 대 인간의 이런 만남이 너무 소중히 여겨졌다.


누군가를 알기도 전에 상대방의 외모에 먼저 호감을 갖고 충동적으로 끌리는 이전의 썸과는 확실히

다른 차원의 끌림이라 낯설었다.


 그냥 여러번 자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갔다.

판안하게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지는 이런 자연스럽고

편안한 끌림을  소중히 두고 싶었다.


끌림이 호감을 넘어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겨버리니

우정인지, 연애인지 동료애인지 그 사이를 오가는 여러 감정들 속에서

헷갈렸다. 처음에는 호감이었고 썸인거 같았는데 뭔가 선을 넘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답답함이 찾아왔다.



혼자서 한번, 두번, 세번 자꾸 그 감정을 더이상 받아 들이기 힘들어  스스로 끈을 놓아버리면  자꾸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아쉬운 마음을 잊어버렸다.


그것 또한 운명으로 여겼다. 운명이니깐 자꾸 연결되는 것이라고 여기고

답답한 부분을 애써 무마했다.


그러나 결국 부정했던 감정이 긴박한 상황에서 엄청난 서러움으로 폭발하여 이제까지 가져온 고결하고 운명같은 만남의 요소는 그냥 나의 주관적인 착각 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썸이었다. 사귀는게 아니고 썸..

서로에게 응당 서운함과 의무감을 가질 필요없는 그런

애매한 우리의 관계는 썸이다.



그냥 짧은 설렘으로 이젠 그 썸을 종료하면 복잡한

감정과 애매한 마음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서로 서운할 필요도 미안할 필요 없이 그냥 무마하면된다.


우리의 타이밍은 아무래도 그 시기에만 맞아들어가는 딱 이정도의 만남이었는지

모른다. 깊은 남녀 사이의 관계로 발전하기에... 아직 그의 우선순위는 연애가 아니기에

나는 기꺼이 나의 끓어오른 마음을 잠재웠다.


진짜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우선순위가 뒤바뀐다.

나의 우선순위는 자꾸 바뀌어가서 혼란스러웠지만 그의 삶에 연애의 우선 순위는 하위이다.


하여, 나는 나의 썸을 이제 로그아웃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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