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상처로 남는 존재.

by 이상현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세수를 합니다. 세수를 하다 말고 문득 거울 안의 나를 봅니다. 실은 나를 본다기보다는 거울 안의 눈동자에 비친 실루엣의 나를 봅니다. 실루엣은 언제나 거기 있지만, 검은 눈동자는 시간이 흐르며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탁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생기 없는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며 막혀있는 기억의 회로를 연결해보려 합니다.


저녁을 먹고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예상이 가는 전개와 결말이었습니다. 킬링타임용 B급이라고 하기에도..

영화 인물 중 상처 입은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유년시절 어머니에게 들은 몇 마디 말이 캐릭터의 인생을 뒤바꾼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애초에 너 같은 걸 낳는 게 아니었어. 널 보면 니 애비가 생각이나 미치겠어." 영화대사임에도 끔찍한 말이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얼마만큼의 생채기를 내버렸던 걸까요? 아이는 그렇게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괴물로 성장하고 맙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아이를 버리고 방치할 거면 낳지를 말지......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야 할 어른이 커다란 죄를 짓고 태연히 지냅니다. 아이는 누군가에게 난 상처로 남는 존재야라고 기억할 겁니다. 영화이지만, 현실에서 저는 저를 생각해 봅니다. 무수히 많은 관계,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는 존재. 상처를 주는 존재. 이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식의 흐름이 악화되겠지요.


사람은 가지고 있는 기억을 낙엽이 스러지듯 망각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기억 안에 좋았던 기억은 무지갯빛처럼 잠깐씩 꺼내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좋은 기억은 내 마음에 얼마든지 넘쳐나도 좋습니다. 오늘 밤 저는 잠자기 전 저에게 한마디 하려 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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