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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Apr 02. 2017

가끔 슬퍼질 때도 있다.

일상의 작은 기억 하나.

어느덧 시간은 흘러 봄이 왔습니다. 한낮의 햇살이 포근해지는 만큼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지는 요즘입니다.

나들이를 가는 인파 속에 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굳이 멀리 보지 않아도 봄을 알리는 기운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가끔 슬퍼질 때가 있습니다. 봄이라서, 산이며 들판이며 푸른 잎이 돋아나는 계절. 저의 마음은 어디도 머물지 못하고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왜 슬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근처 공원을 걷다가 꽃 향기를 맡아봅니다. 어쩌면 그 향기는 저의 기억 속 작은 추억 한 부분을 건드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달큼한 그 향기에 취해 떠오르는 추억이라는 단어가 마냥 향기롭지는 않은가 봅니다.


이렇게 좋은 날. 감상에 젖어 하루를 보내도, 누군가에게 시원스레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혼자만 그 기분에 취해 들뜨는 날. 거리를 걷다 웅크리고 있는 작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그림자는 지하철역 차가운 계단에 엎드려 성경을 읽으며 구걸하고 있습니다. 삶의 한가운데 놓인 그는 마치 구원을 원하는 듯 , 자비를 빌며.......

하지만 쉽사리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저를 보고 맙니다. 무엇이 그와 저와의 사이에 있는 걸까요?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거리의 건조한 공기가 폐부로 들어와 탁한 숨을 내쉽니다. 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저의 시간은 세상에 속한 작은 시간의 일부이겠지요. 가끔은 잊어도 좋을 기억마저 끌어안으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울음을 뱉어내면 조금은 더 담대해지리라 믿어 봅니다.  


얼마나 슬퍼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이렇게 슬퍼 눈물 흘려도 세상은 돌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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