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Apr 23. 2017

기억 속, 우리 집의 우리 가족.

낯익은 세상.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을 할 수는 없었다. 찰나의 순간, 떠오르는 어린 나의 모습과 우리 가족이 살던 집에 대한 내 기억이 머릿속 한쪽에 자리 잡아 나는 종종 그 시절을 회상하고는 했다. 밤이 깊어 잠들기 전이나 아침이 밝아오며 침대에 일어날 때. 왜인지 혼자 지내는 집에서의 생활은 어린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을 떠오르게 했다.


기억의 한자리에 자리 잡은 부모님은 억척스러웠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단칸방에 세 들어 살던 우리 가족은 아침에 각자의 공간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저녁이면 모였다. 저녁식사 후 단칸방에 있는 가족들. 부모님과 동생이 있는 그 방은 우리 가족에게, 내가 가진 세계의 전부였다. 비좁다는 생각은커녕 단칸방이라는 사실조차 창피하지 않았다. 온 가족이 나란히 누워 서로의 피부를 맞대며 잠을 자는 그 집의 방은 세상에서 제일 아늑했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우리 가족은 드디어 우리라는 이름으로 된 집을 가졌다. 우리 집. 한옥으로 된 우리 집이었다. 내 책상이 놓이고 동생과 같이 생활하게 된 그 집이 나에게는 모험을 떠나는 듯했다. 책상에서 뛰어내리거나 동생과 마당에서 땅따먹기를 하는 등 당연하겠지만 그 시절의 나는 개구쟁이였다. 우리 집은 좋았다. 그리고 우리 집은 점점 넓어졌다. 한옥에서 단독주택으로 그리고 아파트로 이사 가는 동안 나는 사춘기를 보냈고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집이 점차 넓어지면서 그 세월의 시간만큼 부모님의 얼굴에는 잔주름이 늘어났다. 나를 팬티만 입히고 마당에 벌 세우던 호랑이 같던 아버지가 이제는 등이 굽어버릴 듯한 모습을 그때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마당 한쪽에서 상추를 키우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집과 함께 할수록 부모님은 많이 쇠약해져 갔고 생활 또한 변해갔다.


지금 나는 방 두 개가 딸린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집. 자그마한 집도 혼자 생활하기에는 대궐같이 넓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청소도 간단히 끝내고 나면 책창과 책상이 놓인 방으로 와 노트북을 켜본다. 하루 온종일 집에만 있던 나는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을 열어본다. 파마머리를 한 못난이부터 제각기 다른 포즈를 취한 모습의 나를 보다 또 다른 폴더를 연다. 그 폴더에는 동생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 있고 부모님의 예전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우리는 조그만 집에서도 참 행복했다는 것을, 행복한 표정이었다는 것을 새삼 시간이 흘러가버린 지금 혼자 있는 집에서 나는 느끼고 있다.  


밤이 깊어 침대에 누운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움일까. 그때는 몰랐던 것을 지금에서야 나는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