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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Dec 05. 2017

어쩔 수 없는 것은 없어.

괜찮아.


한 장 남은 달력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한 달이 다시 시작되고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다시 또 한 주가 시작됩니다. 저녁 무렵부터 아니, 주말 내내 책을 만지작거리지만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한 문장을 읽어 한 단락으로 이어가려 하지만 왜인지 계속 같은 문장만 읽게 됩니다. 결국 책을 놓고 맙니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하기 싫을 때, 그러다 보면 생각조차 무기력해져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게 됩니다. 어쩌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격려를 바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핑계 가득한 마음은, 그 마음조차 스스로 다독여야 함을 느끼고 맙니다. 


유년시절 서점에서 무심코 사 읽은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은 다 잊어버렸는데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 라는 주인공의 말은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스스로에게 어쩔 수 없어 라는 말을 반문하곤 했습니다. 그것은 때로 포기해도 좋을 그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저를 잡아주었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돌이켜 보는 나에게 더 이상 미안하지 않도록 저는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밤이 깊어갑니다. 창밖으로 보이지 않는 겨울바람에 넋 놓고 무기력해지는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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