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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Dec 19. 2017

시계태엽.

길을 걷다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밉니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라지만 아무래도 겨울바람은 여미는 옷깃 사이를 더욱 무겁고 단단하게 만듭니다. 귀에 꽃은 이어폰에서 흐르는 노래만큼, 그만큼만 집에 일찍 도착하길 바라기도 합니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원하는 노래만큼 익숙한 노래가 귓가에 맵돕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옵니다. 가수를 좋아하니까 노래를 찾아 듣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군대 있을 때가 생각납니다. 보초를 서러 가서 오늘같이 추운 날씨에 시간이 가지 않아, 후임병에게 잘할 수 있는 노래를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후임병은, 물론 탐탁지 않았을 것이고 선임이 시켜서 노래를 불렀겠지만 그 당시, 저는 그 노래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내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노래를, 자정이 넘어 추위라도 견뎌 보자 했던 제게 후임병의 그 노래는 커다란 울림이 되었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저는 후임병을 안아주었습니다. 그것은 제 자신을 안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 뒤 저는 그 가수의 앨범을 찾고 항상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우연같이 맞추질 거 같으면서도 아닌 순간, 차라리 무수히 마주치는 인연과 더 이상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는 생각도 하는 순간 저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봅니다. 오래전 기억과 그 후 다짐했던 기억들, 그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되는 기억들 사이에 저는 다시 노래를 꺼내 들어봅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어떤 흔적이라도 찾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라앉은 기억과 다시 시작되는 기억 사이에서, 저는 그 간격의 차이를 줄여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그 노래를, 그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그 기억의 언저리를 더듬어 봅니다. 


고장 난 시계태엽을 바라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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