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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an 21. 2018

술.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합니다.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상관없이 생각을 합니다. 시간과 장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굳이 정하자면, 보편적으로 밤에 저는 더 감성이 풍부해집니다. 조금 더 감성이 풍부할지는 몰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루를 마치고 밤이 되면 낮보다는 조금 더 감성적으로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제쳐두고 삶의 넋두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낮보다는 밤이 되어 술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채운 잔을 앞에 두고 가만히, 골똘히 생각을 합니다. 매일 하는 생각 변함없이 하면서 또 핑계를 되면서 술을 찾고 생각을 합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생각을 하지만 그 답에서 비껴간 채 어김없이 술잔을 앞에 두고 생각을 합니다. 잔 앞에선 무슨 생각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한 달 일 년이 반복되며 답을 놓치고 마는 그 시간들. 지난 시간들은 어김없이 과거가 되고 다시 술잔은 앞에 놓입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합니다. 잔을 마주 보고 함께 했던 이들이 떠오르고 또 함께 하는 이가 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의미를 찾으려는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그래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그 의미에 대해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술을 찾습니다. 술잔을 앞에 두고 여전히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술을 마셨던 그 시간만큼 취기는 빨리 올라옵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넋두리를 해봅니다. 잔인한 말로 넋두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술잔이 비워집니다. 다시 술을 찾습니다. 또 그 넋두리를 대신할 누군가는 술잔을 채워줍니다. 힘내세요.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술을 생각합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하루가 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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