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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Feb 16. 2018

법(法).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봄은 오지만 그 포근함을 기다리는 나날이 지난하게 이어집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옥중 서간,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어보았습니다. 감히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내용의 글 중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교도소의 수인들, 수인은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들에게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나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한 여름의 열기는 사회에서도 그 열기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그곳의 좁디좁은 곳에서 옆사람이 뿜는 열기는 참으로 지독한 고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영복 선생님은 여름보다는 한 겨울의 추위가 수인들에게 서로를 더욱 끌어안는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무슨 소용일까요? 사람이 먼저라는데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남은 건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지러운 뉴스들. 어쩌면 저는 그 뉴스를 보며 오늘 하루 나는 무사히 보냈구나 안도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지내는 당연한 생활을 잊으면서 누군가와 비교하는 생각은 커져만 갑니다. 때론 영화 속 어떤 주인공처럼 마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 시간마저 잊은 채 양심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은 평등합니다. 사람이 고안한 법. 국민이 있고 국가가 있고 주권이 있습니다. 모르고 한 행동이 선하면 누군가 피해를 입어도 그 법은 선할 수 있고 악의적으로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정당한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정의를 내릴 수 없는 하루가 또 지나고 이렇게 흔들리는 나를 보는 내가 싫기도 합니다. 놓을 수 있는 많은 것을 놓아야 할 때가 오겠지만 제 자신만은 바람 앞 작은 위태로운 불빛처럼 흔들려도, 나방이 달려들어 제 몸을 태우는 불빛이라도 아직 스스로를 아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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