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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May 21. 2018

감정의 소모.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 말 그대로 지금 나는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 


그리워하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될까...... 마음이 헤어지고 찢겨 구멍 난 넝마마냥 빛이 바래졌다. 어쩌면 나는 그 넝마를 뒤집어쓴 채 구멍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야는 좁아지고 있다.


예전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을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상처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요령 없는 내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 내성적이고 소심하기도 했기에, 그래서 더욱 요란스레 오버하는 날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깐 스쳐가는 여름날의 바람과도 같았다. 무수히 상처를 받은 나는 상처가 어떻게든 곪아 터지지 않도록 노력해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물지 않은 상처의 아픔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보 고 싶 다.


네 글자로 함축되는 누군가를 떠올려 본다.  과거의 나에게 아련한 감정이 생기도록 해 준 누군가를 떠올려 본다. 그것은 어떠한 감정으로 정의 내리면 될까. 그때의 나를 지탱하도록 곁에 머물러준 누군가에게 지금의 나는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단지 그 기억 속의 감정을 끄집어내려는 나만이 오롯이 존재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런 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상처를 그대로 두어 곪아 터진다고 해도 그냥 그렇게 지내도 되지 않을까. 감정이 뇌가 가지는 화학반응에 의해 생긴다면, 이렇게 감정이 소모된 나라도 다시 화학반응으로 새로운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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